제주 동부하수처리장 증설 또 중단…대법, 집행정지 가처분 인용

공공하수도 설치(변경) 고시' 무효 소송 대법원 판단만 남아
사전환경영향성검토,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인정 여부 관건

대법원이 지난 16일 동부하수처리장 증설공사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제주동부하수처리장 증설공사가 중단됐다.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월정리 주민 6명이 17일 제주도청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스1

(제주=뉴스1) 강승남 기자 = 제주 동부하수처리장 증설공사가 또 중단됐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특별3부는 지난 16일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주민 A 씨 등 6명이 제기한 동부하수처리장 증설공사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이에 따라 지난 10월 23일 항소심 선고로 지난 11월 13일 재개됐던 증설공사가 34일 만에 중단됐다. 지난 2017년과 올해 4월 두 차례 중단됐던 것을 포함하면 세 번째 공사 중단이다.

제주 동부하수처리장 증설공사는 조천읍과 구좌읍 등 제주시 동부지역에서 발생하는 생활하수를 안정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589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1일 하수처리용량을 현재의 1만 2000톤에서 2만 4000톤으로 2배 늘리는 사업이다.

제주도는 이 같은 내용으로 2017년 공공하수도 설치(변경) 고시'를 공고했다.

2017년 9월 착공에 들어갔으나 주민들의 반대로 공사가 중단돼 시공사와 마을주민들 간 고소전이 이어졌으나 지난해 7월 제주도의 중재로 고소 취하가 이어지면서 공사가 재개됐다.

그런데 A 씨 등은 문화재보호법 위반, 비례의 원칙 위반, 신뢰보호의 원칙 위반, 환경영향평가법 위반 등의 주장을 내세워 동부하수처리장 증설사업에 명백한 절차적 하자가 있어 '공공하수도 설치(변경) 고시'는 무효라고 주장했다.

소송의 쟁점은 '환경영향평가법' 위반 여부다.

1심 재판부는 "환경영향평가는 관련 법률이 개정되면서 전략환경영향평가, 환경영향평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로 세분됐는데 동부하수처리장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대상이지만 이 절차를 밟지 않았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이 공사와 관련해 1997년 진행한 사전환경영향성검토 절차가 개정된 환경영향평가 제도 중 가장 높은 수준의 전략환경영향평가에 준하기 때문에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이미 받은 것과 다름없다"며 A 씨 등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 본안소송을 앞두고 이번에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되면서라 제주도는 18일부터 증설공사를 상고심 선고일까지 일시 중단하고 법원의 결정사항을 법무부에 보고할 예정이다.

또 본안심리에서 2심 판결 결과가 유지될 수 있도록 상고이유서에 대한 답변서를 준비할 계획이다.

좌재봉 제주도 상하수도본부장은 이날 "행정처분 자체의 적법 여부는 본안에서 판단될 사항이어서 집행정지 요건이 아니다"라며 "항소심 판결 내용을 기반으로 소송대리인과 긴밀히 협의해 상고심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한편 제주 동부하수처리장에는 지난해 하루 평균 1만1221톤의 하수가 유입, 93.5%의 가동률을 나타냈다.

ks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