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돌고래 제주→거제 '무허가' 이송…항소심서 유죄

1심 무죄 뒤집혀"…벌금 200만원 선고유예

제주지방법원 제201호 법정. ⓒ News1 오미란 기자

(제주=뉴스1) 강승남 기자 = 해양 보호 생물인 큰돌고래를 허가 없이 제주에서 경남 거제로 옮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업체들이 항소심에서 유죄가 인정됐지만 처벌은 유예받았다.

제주지방법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오창훈)는 17일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해양생태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업체와 B 업체, A 업체 총지배인 C 씨, B 업체 본부장 D 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1심 무죄 판결을 파기하고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A 업체 등 피고인들을 각각 벌금 200만 원형에 처해야 하지만, 범행 동기 등을 봤을 때 참작할 만한 이유가 있다'며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가벼운 범죄에 대해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미루고, 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처벌을 사실상 면해주는 판결이다.

이번 항소심은 검찰이 이 사건 1심 무죄 판결에 불복, 사실오인과 법리 오해를 이유로 항소하면서 열렸다.

피고인들은 지난 2022년 4월 24일 제주 서귀포시 소재 A 업체 수족관에 있던 큰돌고래 '태지'와 '아랑'을 거제시 소재 B 업체 수족관으로 해양수산부 장관 허가 없이 불법 유통·보관한 혐의로 기소됐다.

A 업체는 당시 돌고래쇼를 중단하기로 하면서 큰돌고래 2마리를 B 업체에 기증했다. 그러나 큰돌고래가 해양 보호 생물임에도 해수부 장관 허가를 받지 않고 이송해 문제가 됐다.

이에 해양 환경단체 등은 A 업체 등을 야생생물법 위반(환경부에 미신고)과 해양생태계법 위반을 이유로 경찰에 고발했고, 이들의 야생생물법 위반에 대해선 과태료 처분이 내려졌다.

검찰은 해양생태계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애초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으나, 시민단체들이 항고하자 재수사 끝에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이 사건 재판 과정에선 돌고래 '이송'이 '유통·보관'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해양생태계법 제20조 1항엔 해수부 장관 허가 없이 해양 보호 생물을 포획·채취·이식·가공·유통· 보관(가공·유통·보관의 경우에는 죽은 것을 포함)·훼손하지 못하도록 명시돼 있다.

피고인 측은 이를 근거로 '이송' 행위가 '유통'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제주에서 다른 지역으로 큰돌고래를 옮긴 '이송' 행위가 관련 법률을 위반하는 유통·보관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매매나 임대차 등을 포함해 이송하는 행위 자체도 '유통·보관'에 해당한다고 해석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 측이 돌고래 양도·양수 신고도 했으나 허가 사항인 줄은 몰랐다며 혐의를 부인한 데 대해선 "시민사회단체에서 이송을 반대했고, 해양수산부도 장관 허가 대상이라고 밝힌 점 등을 고려하면 위법성을 파악하려는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는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ks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