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민 만원씩만 후원한다면" 4·3 대중화 팔걷은 정지영 감독
영화 '내 이름은' 제작발표 기자회견…"투자·후원 시급"
폭동 왜곡 방첩사 문건에 "그래서 이 영화가 필요"
- 오현지 기자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제주 한 집당 1만원씩만 영화에 후원해 주셔도 27억. 틀림없이 훌륭한 영화가 나올 겁니다"
제주4·3 영화 '내 이름은'의 메가폰을 잡은 '사회파 영화 거장' 정지영 감독이 제주도민들에게 적극적인 지원을 당부했다.
영화 제작사 렛츠필름·아우라픽처스는 9일 오후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제작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제작발표회에는 정 감독, 출연 배우 염혜란·김민재와 제작추진위원회에 이름을 올린 현기영 소설가, 강요배 화가, 이재정 전 경기교육감, 제주4·단체 관계자 등이 자리했다.
영화는 1948년 제주4·3으로 인한 상처가 1980년대 민주화 과정의 격랑을 거쳐 2024년 오늘 어떤 의미로 미래 세대와 연결되는가를 찾아가는 작품이다.
'영옥'이라는 이름을 가진 남학생, 영옥의 어머니이자 끝나지 않는 고통에 4·3을 기억에서 지워버린 60대 여성 '정순'이 주인공이다. 영화는 '정순'이 잃어버린 기억과 이름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며 피해자들의 아픔을 위로한다.
정 감독은 "4·3과 관련한 다큐멘터리와 영화 '지슬'이 있었지만, 대중적 접근은 하지 못했다"며 "4·3의 대중화, 어떻게 대중들이 4·3을 이해하도록 어떻게 도울 것인가에 주안점을 뒀다. 아픔과 트라우마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영화를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주4·3을 폭동으로 표현한 방첩사 문건에 대해 "2000년 4·3특별법이 제정됐는데 여전히 30년 전 사고에 머물러 있는 이들이 있다"며 "바로 그런 사람들에게 4·3은 모두가 극복해야 할 아픔이라는 걸 알리기 위해 이 영화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정순 역을 맡은 배우 염혜란은 "시나리오를 봤을 때 오랜 상처를 지닌 분들을 위로하는 영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겠다는 자세가 좋았다"고 말했다.
영화는 2025년 4월3일 크랭크인, 2026년 4월3일 국내 극장 개봉이 목표다. 이날 제작사, 감독, 배우들 모두 가장 시급한 일로 '투자'를 꼽았다.
정 감독은 "상당히 난감한 문제는 사실 투자"라며 "이런 영화에 충무로가 투자를 잘 안 하는 데다 한국 영화가 침체돼 있어 더 그렇다. 하지만 '부러진 화살'도 5억 가지고 만들었고, 그런 경험을 살려 이 영화도 완성적으로 만들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투자자를 유치하고, 개인투자도 받고 있지만 제주도민 한 분당 1만원씩만 후원해 주셔도 70억이다. 한 집에 만 원씩 후원한다 쳐도 27억"이라며 "제주도민분들의 적극적인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은 명필름문화재단 이사장은 "순 예산이 30억이지만, 부족하게 들어오더라도 몇가지 장치를 통해 영화 완성하는 데 문제없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개봉 일정에는 90% 이상 문제가 없다"고 확신했다.
현재 오피니언 리더 32명과 시민 발기인 659명을 필두로 한 제작추진위원회는 내년 1월까지 텀블벅 크라우드 펀딩에 나섰다.
제작추진위원회는 “대기업 중심의 상업영화조차도 흥행이 어렵다는 이유로 투자가 멈춰버린 것이 한국영화의 현실이지만, 건강한 시민들의 힘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ohoh@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