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폐업 뒤 스리잡 뛰던 40대 "제주는 '기회의 섬' 됐다"

'탐나는도어' 김종선 대표…신형 작곡가 "제주라서 가능한 일"
제주 재창업 특례보증 통한 사업재기 지원 자금 수혜

지난 25일 제주시 봉개동 전시장에서 만난 '탐나는 도어' 김종선 대표. 2024.11.28/뉴스1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현관 중문 제작을 주력으로 하는 '탐나는 도어' 김종선 대표는 2022년 제주를 '기회의 섬'이라 보고 아내, 세 아이와 함께 이주했다.

김 대표는 2011년 경상도에서 학원 사업을 하다 부도를 맞았다. 이후 신용회복을 위해 도어 시공, 택시 운행, 대리운전까지 '스리잡'을 하며 재기를 노렸다.

김 대표는 "현관 중문 시공 수요는 점차 늘고 있는데 제주에 제대로 하는 업체가 없었다"며 "중문 한 가지만 하면 힘들다는 말도 들었지만, 중문만큼은 제주에서 우리가 제일 깔끔하게 한다는 입소문이 나서 매출은 성장세를 보인다"고 말했다.

이른바 '블루오션'을 노린 김 대표의 선구안이 적중했는지 지금은 제주에서 소매만으로 한 해에 500~600건의 의뢰를 처리할 정도다.

사업은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지만, 위기는 갑자기 찾아왔다. 건설경기가 악화하면서 최근 부산 아파트 단체 거래 잔금 약 7000만원을 받지 못했다. 당장의 인건비 조달부터 막막한 상황에 재창업 특례보증이 동아줄이 됐다.

그는 지난 8월 사업재기 지원자금 2500만원을 대출받아 인부들 인건비를 제때 지급할 수 있었다.

김 대표는 "인부들 돈을 못 주는 게 제일 아픈 일인데 특례보증 덕에 급한 불을 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곡 작업부터 자녀와 밴드 결성까지…"제주라서 가능한 일"

신형 작곡가가 지난 26일 제주시 작업실에서 곡 작업을 하고 있다. 2024.11.28/뉴스1

'눈을 감으면 파도가 보여. 너의 기억도 저 파도와 같이 점점….'

지난 8월 발표된 인디밴드 '서피 그루브'의 노래 '눈을 감으면 파도가 보여' 가사의 일부다. 이 밴드 구성원은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정회원인 신형 작곡가와 그의 아들·딸이다.

신 작곡가는 저작권협회 등록곡만 420여 곡에 달하는 잔뼈 굵은 음악가다. 아이유, 박효신, 화요비 등 수많은 가수와 작업했고, 영화 '방가? 방가!' 음악감독으로 2010년 대종상 영화제 음악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나는 가수다', '불후의 명곡', '미스트롯2' 등 내로라하는 음악 프로그램 편곡자로도 꾸준히 활동했다.

지난해 제주로 이주한 뒤 온 가족이 함께 시작한 서핑이 자녀들과 결성한 밴드의 영감이 됐다.

그는 "제주가 아니었다면 하지 못했을 일"이라며 "가족 모두가 바다에서 아무나 느낄 수 없는 행복을 느끼며 음악을 할 수 있는 이 시간이 감사하다"고 말했다.

신 작곡가는 지금도 끊임없이 몰려드는 작업 의뢰를 처리하고, 파도가 좋은 날이면 아이들과 바다로 나가며 '일과 삶의 균형'을 누리고 있다.

신형 작곡가가 자녀들과 함께 합주하는 모습.(신 작곡가 제공)

그는 제주에서 자리를 잡는데 지난 1월 선정된 재창업 특례보증에 큰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신 작곡가는 "사업 재기 지원 자금을 대출받아 작업실, 홈 스튜디오로도 활용할 수 있는 지금의 집을 구할 수 있었다"며 "프리랜서다 보니 수입이 불규칙할 때가 있는데 그런 상황에 도움이 많이 됐다"고 설명했다.

재창업 특례보증은 폐업 후 재창업 혹은 휴업 후 영업을 재개한 기업이나 업종을 전환한 기업에 창업 자금을 지원하는 정책이다.업체당 1억원 한도로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고, 보증료는 0.5%로 고정됐다.제주도는 지난해부터 올해 10월까지 재창업 특례보증을 통해 433억원(1281건)을 지원했다.

oho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