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명이 4900만원 펑펑'…소수가 독점한 제주 교통약자 바우처 택시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제주지역 비휠체어 장애인을 위해 도입된 '바우처 택시'를 소수가 독점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제주특별자치도가 제도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한동수 의원(더불어민주당·제주시 이도2동 을)은 20일 제433회 도의회 제2차 정례회 환경도시위원회 제4차 회의에서 내년도 도 교통환경국 소관 예산안을 심사하면서 이 문제를 제기했다.

한 의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제주 바우처 택시(174대) 이용자는 2695명, 이용 횟수는 25만4408회로 집계됐다. 1명이 평균 94회 이용한 셈이다.

전체 요금 40억3256만원 중 35억6186만원(88%)은 도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가 보전했다. 현행 관련 조례에 따르면 바우처 택시요금은 이용자가 기본요금인 1200원부터 거리에 따라 최대 4000원까지만 부담하면 나머지는 도가 보전하게 돼 있다.

문제는 '소수독점'이다.

이용 횟수 기준으로 보면 A씨 등 5명은 올 들어 1000회 이상 바우처 택시를 이용했고, B씨 등 5명은 올 들어 바우처 택시를 타면서 총 2000만원 가까이 썼다.

올해 최다 이용자인 A씨의 경우 올 들어 개인 용무로 1315회에 걸쳐 바우처 택시에 탑승하면서 총 1962만원을 썼다.

특히 C씨의 경우 도가 바우처 택시를 도입한 지난 2022년 7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2년4개월간 바우처 택시 요금으로 중형차 1대 값인 4905만원(1245회)을 쓴 것으로 파악됐다.

한 의원은 "특정인들이 과다하게 이용하다 보니 예산 조기소진으로 선량하게 이용하는 대부분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사례를 들여다 보면 본인이 아닌 가족이 탄다거나, 택시 운전원과 결탁한 사례도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 의원은 "이 밖에 (휠체어 장애인이 이용하는) 교통약자 특별교통수단의 경우에도 하차버튼을 제대로 누르지 않는 식으로 미터기를 조작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어 전반적인 관리·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태완 도 교통항공국장은 "다른 시·도들의 사례를 검토해 바우처 택시 이용 횟수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부정 이용 사례에 대해서는 신고 포상금제, 이용자 패널티 부과 등 처벌 의무규정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mro122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