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허가 없는데 62억 보조금 선지급'…제주 상대리 가축분뇨시설 수사 의뢰

(제주=뉴스1) 강승남 기자 = 정부 공모사업으로 제주시 한림읍 상대리에 추진 중인 가축분뇨 공동 자원화시설이 좌초 위기에 놓였다.

업체 선정 과정과 보조금 지급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을 놓고 경찰 수사가 진행될 예정인 데다, 정부도 사업 기간 연장에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제주도 감사위원회는 상대리 가축분뇨 공동 자원화시설 보조사업의 보조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등 위반 사항이 의심돼 제주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18일 밝혔다.

제주시에 따르면 상대리 가축분뇨 공동 자원화시설은 지난 2021~22년 국비 68억 5400만 원, 도비 27억 4200만 원 등 보조금과 융자, 사업체 자부담 등 총 137억 7100만 원을 투자한 사업이다.

그러나 제주시는 2021년 6월 당시 설립 1년도 안 된 A 업체를 이 시설 공모사업자로 선정하면서 '무자격 업체를 선정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은 이 사업을 하려면 가축분뇨 재활용이나 환경시설 등 관련분야에서 1년 이상 실적이 있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A 업체는 해당 자격을 갖추기 위해 설립 10년 차인 다른 영농법인을 인수하는 형태로 사업을 추진했다.

게다가 제주시는 A 업체가 사업 추진시 필수자격인 가축분뇨 처리업과 폐기물처리업으로 등록되지 않았는데도 2022년 12월 국비 44억 1600만원과 도비 17억 6600만원 등 보조금 61억 8000만원을 선금으로 지급하기도 했다. 이는 전체 보조금의 60% 수준이다.

도 감사위는 이 사안에 대해서도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역에선 도 감사위의 경찰 수사 의뢰와 별개로 상대리 가축분뇨 공동 자원화시설은 무산 위기에 놓였단 평가가 나온다. 올해까지 A 업체가 가축분뇨 처리업으로 등록하지 않거나 인허가를 받지 못한다면 국비를 반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제주시가 사업비를 2차례 이월해 더 이상의 이월은 불가능하다.

제주시 환경 부서는 A 업체가 제출한 가축분뇨 처리업 사업계획서를 기준 미충족 등 이유로 지난 11일 반려했고, A 업체는 14일 사업계획서를 보완해 다시 제출한 상태다.

이와 관련 정부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에서도 사업 기간 연장에 대한 검토와 자문을 진행하고 있으나, 연장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ks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