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도 못꿨는데" 광주교도소서 75년 만에 돌아온 할아버지(종합)

옛 광주교도소 발굴 유해, 4·3 희생자 고 양천종씨로 확인
다음달 17일 제주로 봉환

법무부는 20일 광주 북구 문흥동 옛 광주교도소 부지에서 무연고 분묘 개장작업 중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유골 약 40구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2019.12.20/뉴스1 ⓒ News1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광주광역시 광주교도소 옛터에서 발굴된 유해 중 제주4·3 희생자의 신원이 75년 만에 확인됐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광주형무소 옛터에서 발굴된 유해 1구의 신원이 제주4·3 행방불명 희생자 고(故) 양천종 씨로 확인됐다고 12일 밝혔다.

연동리 출신인 양 씨는 4·3 당시 집이 불에 타자 가족들과 함께 노형리 골머리오름에서 피신생활을 했다. 그는 1949년 3월 토벌대의 선무공작에 주정공장에서 한 달여간 수용생활을 하다 풀려났다.

그러나 같은 해 7월 농사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다시 체포돼 광주형무소에 수감됐다. 그의 마지막 소식은 1949년 11월 부쳐진 안부편지였다. '형무소에서 잘 지내고 있다'는 내용의 편지가 제주에 도착하고 불과 한 달 뒤 가족들은 양 씨의 사망 통보를 받았다.

유족들은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밭을 팔아가며 안간힘을 썼지만, 70여년간 유해를 찾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19년 옛 광주교도소 무연분묘에서 신원미상 유해 261구가 발굴됐다.

5·18 행방불명자로 추정되는 유골은 없었고, 4·3 당시 제주에서 광주로 끌려가 옥사한 수형인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광주교도소는 4·3 당시 제주도민들이 처음으로 수감된 육지부 형무소로, 최소 179명의 제주도민이 수감된 기록이 있다.

제주도는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 조사위원회로부터 제공받은 유전자(DNA) 정보를 4·3 희생자 유가족 DNA와 대조해 비로소 양 씨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법무부는 19일 옛 광주교도소 부지 내 무연고 묘지 개장 작업 중 신원 미상의 유골 40여구를 발굴했다"고 20일 밝혔다. 사진은 광주 북구 문흥동 옛 광주교도소 전경.(광주시 제공)2019.12.20/뉴스1 ⓒ News1

양 씨의 손자는 양성홍 제주4·3 행방불명인유족회 회장이다.

양 회장의 아버지 양두량 씨와 할아버지 모두 4·3 당시 대전형무소와 광주형무소로 끌려가 행방불명됐다. 70여 년의 그리움 끝에 이번에 할아버지 유해를 찾게 된 것이다.

양 회장은 "사실 할아버지 유해를 찾게 될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며 "1950년대 초반에 어머니가 유해를 찾기 위해 헤맸는데도 찾지 못해서 할아버지는 아예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고모님이 너무나 기뻐하신다. 어머니도 살아계셨으면 얼마나 좋아했을까"라고 말했다.

양 회장은 "할아버지가 죄도 없이 광주형무소로 끌려가 고문치사 당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런 걸 생각하면 매우 슬프고, 유해를 찾은 건 기쁘고 마음이 상당히 멍하다"며 "아버지는 대전 골령골에서 돌아가셨는데 아버지 신원도 확인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양 씨의 유해는 다음달 16일 인계절차를 거쳐 유족회 주관으로 제례를 지낸 후 화장될 예정이다. 다음날인 17일 항공기를 통해 제주로 봉환된다. 도와 재단은 이날 유해 봉환식과 신원 확인 보고회를 연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지난해 대전 골령골에서의 첫 신원 확인(고 김한홍 씨)에 이어 도외지역에서 추가로 4·3 희생자의 신원이 확인돼 매우 뜻깊다”며 “대전 골령골, 경산 코발트광산, 전주 황방산, 김천 등의 발굴유해에 대해서도 타 지자체와 협력해 4·3 희생자 신원확인 사업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oho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