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호 선원들 구명조끼 입었다면…'상시착용 의무화' 시급
사고 당시 바다 날씨 나쁘지 않고 선원 대부분 갑판 위
해수부, 기상특보·인원 무관 착용·벌칙 강화 '추진 중'
- 오미란 기자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제주 해상에서 발생한 '135금성호(129톤)' 침몰사고는 최근 5년간 국내에서 발생한 해양사고 중 가장 인명피해가 큰 사고다.
9일 오전 7시 현재 승선원 27명 중 사망자는 2명, 실종자는 12명. 2019년 11월19일 제주 해상에서 발생한 대성호(29톤) 화재사고 때(사망 3·실종 9) 보다도 인명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그러나 사고 당시 풍랑주의보가 내려져 있던 대성호 화재사고 때와 달리 이번 135금성호 침몰사고 당시 바다 날씨는 나쁘지 않았다. 실제 해경 관계자는 전날 브리핑에서 "날이 밝기 전 현장에 도착해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사고 당시 파고는 2m 이내로 잔잔한 편이었다"라고 말했다.
이 뿐 아니라 대부분의 선원들은 주변에 있는 같은 선단 어선으로 어획물을 옮기기 위해 선실이 아닌 외부에 노출된 갑판 위를 오가던 상태였던 것으로 해경은 파악하고 있다.
사고 원인이 무엇이든 선원들이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다면 한 명이라도 더 구조할 수 있었거나 구조시간이라도 단축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구명조끼 미착용으로 인명피해가 커진 해양사고는 빈번하다. 당장 지난 3월 제주와 남해안 해역에서 발생한 5건의 어선 전복·침몰사고 중 어선 4척의 사례가 그랬다.
사실 선원들이 통상적인 작업 중 구명조끼를 입지 않는 데에는 법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 현행 어선안전조업법과 같은 법 시행규칙은 태풍·풍랑특보나 예비특보가 내려졌을 때 갑판에서 일하는 선원에게만 구명조끼를 착용하도록 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2022년 10월 18일 해당 시행규칙을 개정해 어선에 승선하는 인원이 2명 이하인 경우에도 구명조끼를 착용하도록 했다. 다만 시행일은 3년 뒤인 내년 10월 19일로 미뤘다.
그 사이 구명조끼 미착용으로 인한 인명피해는 계속 반복됐고, 결국 해수부는 어업인들의 행동 변화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겠다며 지난 5월2일 '어선 안전관리 대책'을 추가로 발표했다.
기상특보나 승선원 수와 관계 없이 어선에 오르는 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구명조끼를 상시 착용하도록 하고, 이를 어기면 어선에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가 아닌 최대 6개월의 어업허가 정지처분을 내리기로 한 것이다.
해당 대책 발표 당시 해수부는 올 하반기에 어선안전조업법을 개정해 이를 실현하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입법예고된 법안은 없다.
해수부는 점진적으로 구명조끼 착용 요건을 개선하고, 착용이 편리한 팽창식 구명조끼를 확대 보급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한편 제주어선안전조업국 시스템상 135금성호의 위치 신호가 사라진 때는 전날 오전 4시12분이다. 이후 19분 뒤인 오전 4시31분쯤 제주 비양도 북서쪽 약 22㎞ 해상에서 135금성호가 침몰하고 있다는 다른 선단 어선의 신고가 해경에 접수됐다.
사고 직후 주변에 있던 같은 선단 어선 2척이 135금성호 선원 27명 중 15명(한국인 6·인도네시아인 9)을 구조했지만 이 가운데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던 한국인 A씨(57)와 B씨(54)는 당일 숨졌다. 다른 선원들은 건강상태가 양호하다.
선장 C씨(59) 등 나머지 선원 12명(한국인 10·인도네시아인 2)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부산 선적인 135금성호는 대형 그물을 둘러쳐 주로 고등어떼를 잡는 선망어업 선단의 '본선'이다. 보통 선단은 고기를 잡는 본선 1척과 불빛을 밝혀 고기떼를 모으는 등선 2척, 잡은 고기를 위판장으로 옮기는 운반선 3척으로 구성된다.
현재 해경은 135금성호가 운반선에 한차례 어획물을 옮긴 뒤 다음 운반선을 기다리던 중 그물이 있던 선체 오른쪽으로 기울면서 침몰한 것으로 보고 있다.
mro12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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