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의외의 골칫덩이' 아토피 치유에 진심…한해 5만명 몰리는 이곳은?

제주환경성질환예방관리센터, 예방부터 상담까지 안내
어린이 특화 인형극 등 개발…성인엔 테라피 공간 인기

제주환경성질환예방관리센터. (제주도 제공)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는 제주의 오랜 고민 중 하나는 의외로 알레르기 비염과 아토피 피부염 등 '환경성 질환'이다.

지난 2015년 제주의 인구 1만 명당 알레르기 비염 진료 인원은 1428명으로 전국 최고 수준이었다. 아토피 피부염 유병률 역시 227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전문가들은 제주에 알레르기 원인 물질이 많은 것으로 추정한다. 감귤나무 잎에 기생하는 진드기 '응애'와 일본 삼나무 꽃가루가 알레르기의 주원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5년 후인 2020년 제주의 알레르기 비염 진료 인원은 9.2%, 아토피 피부염 유병률 역시 5% 가까이 감소했다. 전국 평균보다는 여전히 높은 유병률이지만, 알레르기 요인 자체 또한 크게 달라진 점이 없음을 감안하면 주목할 만하다.

이 사이 제주에 생긴 변화를 굳이 꼽자면 천년 숲이자 삼림욕으로 유명한 비자림 옆에 '비자 숲 힐링센터'로 불리는 '제주 환경성질환 예방관리센터'가 문을 열었다는 것이다.

환경성질환 예방관리센터는 환경성 질환 예방·관리를 위해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힐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공간이다. 제주엔 전국에서 다섯 번째로 2017년 건립됐다.

아토피·비만 인형극 등만 5개…놀면서 배우는 '예방법'

"가려워도 긁지 말아요. 매일매일 목욕해요. 피부를 촉촉이 보습제 바르고 주변을 깨끗이. 엄마표 간식 좋아. 랄랄라"

지난 15일 뉴스1이 찾은 센터에선 제주 시흥초등학교 학생과 병설 유치원생 19명이 센터가 제작한 '아토피 별에 다녀온 민수' 애니메이션 영상을 시청하고 있었다. 꿈속에서 아토피 괴물을 만난 민수가 잠에서 깬 뒤 아토피를 이겨내기 위해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것이다.

아토피 예방법이 담긴 애니메이션을 시청하는 어린이들.(제주도 제공)

센터는 이렇게 어린이들의 흥미를 끌기 위해 아토피와 환경성 질환 유발요인인 미세먼지, 비만 등을 주제로 한 인형극과 동화구연 프로그램 등 총 5종을 개발했다.

2022년부터 올해 8월까지 센터의 대면 인형극과 동화구연으로 아토피 예방법과 올바른 손 씻기 방법 등을 배운 어린이는 2만 6700명에 달한다.

'아토피 별에 다녀온 민수' 그림책은 제주도내 450여 개 어린이집과 유치원, 110여 개 초등학교에도 배포됐다.

시흥초 학생들은 이 애니메이션 시청에 이어 아토피 치료에 좋다는 천연비누 만들기 체험, 그리고 체성분 검사를 거쳐 친환경 놀이터에서 뛰놀며 체험학습을 마무리했다.

이혜숙 센터 총괄팀장은 "센터의 주 사업 목적은 어린이가 즐기며 환경성 질환을 치유할 수 있는 예방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라며 "아이들이 체험학습으로 여러 번 센터를 찾다 보니 놀이터나 프로그램 개발에도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5000원에 운동장비 10종 체험…아토피 상담도 한 곳에서

성인 이용자들은 센터 3층에 위치한 '건·습식 테라피' 공간으로 몰린다.

이곳에선 5000원에 척추 조합 자극기·장 마사지기·승마 운동기 등 10종의 운동장비와 편백탕을 이용할 수 있다.

한 이용자는 "부모님이 제주에 여행 올 때마다 함께 온다"며 "5000원이면 2시간 동안 여러 체험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 여기저기 추천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주환경성질환예방관리센터' 3층에 위치한 건습식 테라피 공간.

이처럼 센터에선 어른들은 테라피, 아이들은 실내 친환경 놀이터를 이용할 수 있어 단체 이용객뿐만 아니라 개인 방문자 수도 적지 않다.

2022년에 센터 개인 방문자 1만 1698명을 조사한 결과, 관광객이 52.8%를 차지할 정도로 실내 관광지로도 입소문을 타고 있다.

개소 당시부터 제주대 의과대학이 센터 운영을 맡아 아토피질환자 상담과 관리법 교육도 전문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사전 예약하면 센터에서 무료로 알레르기 피부 반응 검사와 폐 기능 검사, 피부 수분 증발량 검사 등을 받을 수 있다.

센터 개소 후 현재까지 4300여 명이 질환 관리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연령별 맞춤형 프로그램과 전문 상담에 힘입어 제주 센터 이용객 수는 '후발주자'임에도 전국 8개 센터 중 가장 많다.

개소 직후인 2018년에 이용자 수가 이미 4만 6000명을 넘은 데 이어 2022년 5만 742명, 2023년 5만 2188명 등 매해 5만 명 넘는 이용객이 찾았다. 올해 들어선 9월까지 4만 3708명이 이곳을 다녀갔다.

센터 관계자는 "향후 지역 생태 마을 관광과 연계하거나 환경교육 도시 협력 지원을 통해 환경보건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할 계획"이라며 "저소득층과 장애인, 만성질환자 등 취약계층 대상 사업을 확대하는 등 양보다 질 중심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기사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지원를 받아 작성했습니다.

oho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