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시민단체 "오름 불 놓기는 반환경적…조례 재의 요구해야"

'정월대볼름 들불 축제 지원 조례안' 도의회 통과에 반발

지난 2018년 3월 3일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새별오름에서 열린 ‘2018 제주들불축제’에서 축제 하이라이트인 오름 불 놓기가 펼쳐지고 있다.2018.3.3/뉴스1 ⓒ News1 이석형 기자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제주 시민단체들이 제주특별자치도에 제주 들불 축제의 핵심 콘텐츠 '오름 불 놓기'를 부활시킬 수 있도록 한 주민 청구 조례에 대한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제주 19개 시민단체·정당으로 구성된 '탈핵·기후 위기 제주 행동'은 25일 성명에서 "기후 위기와 산불 위기 시대에 인위적으로 자연에 불을 놓겠다는 자치법규가 만들어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전국 어디에도, 전 세계 어디에도 자연계를 태워 복을 비는 반환경적·반생명적 축제는 없다"며 "그 축제에 사람이 많이 와 관광 활성화에 도움이 되니 중요한 가치는 모두 무시해도 된다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이들은 "전국에 산불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최근엔 오름 불 놓기를 하지 않았다. 피해를 당한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고 산불을 막기 위한 국가적 노력에 동참하려는 의지였다"며 "제주도의회는 이번 조례안 가결로 최소한의 윤리를 내동댕이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공은 제주도로 넘어갔다"며 "상식에 어긋나고, 윤리에 어긋나며, 제주도민의 안전과 생명까지 위협하는 이번 조례에 대해 오영훈 도지사는 반드시 재의를 요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날 도의회는 본회의에서 '도 정월대보름 들불 축제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가결 처리했다.

제주시 애월읍 주민 등 1283명이 청구해 이상봉 도의회 의장이 발의한 이 조례안은 제주 들불 축제를 목초지(오름) 불 놓기 등 세시풍속을 재현하는 방식으로 매년 제주시 애월읍 새별오름 일원에서 개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불 놓기' 콘텐츠는 도지사가 결정하도록 했다.

이는 지난해 9월 제주시가 올해 들불 축제 미개최, 오름 불 놓기 폐지(빛·조명 대체) 등을 결정한 데 따른 맞불 차원에서 추진된 조례안이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은 지방의회로부터 조례안을 이송받으면 20일 안에 공포하거나 조례안을 수정해 재의요구를 할 수 있다.

mro122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