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들불축제 '오름 불 놓기' 여부, 도지사가 결정한다

도의회, 주민 청구 '들불축제 지원 조례안' 가결

지난 2018년 3월 3일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새별오름 일원에서 열린 ‘2018 제주들불축제’에서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오름 불 놓기가 펼쳐지고 있다.2018.3.3/뉴스1 ⓒ News1 이석형 기자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제주 들불 축제의 하이라이트 '오름 불 놓기' 실시 여부를 제주지사가 결정하게 됐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는 24일 오후 제432회 도의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주특별자치도 정월대보름 들불 축제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재석의원 37명(전체 의원 45명) 중 찬성 33명, 반대 1명, 기권 3명으로 가결 처리했다.

도의회에 따르면 제주시 애월읍 주민 등 1283명의 청구로 이상봉 도의회 의장이 발의한 이 조례안은 제주 들불 축제를 목초지(오름) 불 놓기 등 세시풍속을 재현하는 방식으로 매년 제주시 애월읍 새별오름 일원에서 개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조례안은 제주시가 지난해 9월 원탁회의식 숙의형 정책 개발을 통해 올해 제주 들불 축제 미개최, 오름 불 놓기 폐지(빛·조명 대체) 등을 결정한 데 맞서 발의됐다.

제주도는 '조례 제정 취지엔 공감하지만 오름 불 놓기를 포함한 것은 2035 탄소중립도시 실현 등 도정 방향과 맞지 않고 상위법인 산림보호법 제34조(산불 예방을 위한 행위 제한)에도 어긋난다'는 이유로 이 조례안에 반대했으나, 도의회의 판단은 달랐다.

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산림보호법 제34조 제2항에 따라 산림 병해충 방제가 이유일 땐 허가를 받아 불 놓기를 할 수 있고, △제주시가 이를 근거로 2020·2023년 불 놓기 허가를 받은 점, 그리고 △제주시가 내년 축제 때도 달집태우기 등 소규모 불 놓기로 불의 상징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점을 고려, 이달 21일 이 조례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다만 도의회는 조례안 원안 중 오름 불 놓기를 반드시 개최하도록 했던 강행규정을 '개최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으로 수정, 허가권자인 도지사가 그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별개로 도의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도 감사위원회에 제주 들불 축제 숙의형 정책 개발 전반에 대한 특정감사를 요구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행정사무 감사 결과보고서 채택의 건도 상정해 가결했다.

1997년 처음 열린 제주 들불 축제는 봄이 오기 전 해충을 없애기 위해 들판에 불을 놨던 제주의 옛 목축문화 '방애'를 재현한 국내 최대 규모의 불 축제다. '오름 불 놓기' 땐 축구장 40개 면적에 달하는 제주시 애월읍 새별오름 남쪽 경사면에 불을 놓는다.

당초 정월대보름(음력 1월 15일) 전후에 열렸던 이 축제는 날씨 문제로 2013년부터 3월에 열려 오다 산불 위험 등을 이유로 존폐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2022년엔 동해안 산불의 여파로 축제가 전면 취소됐고, 지난해엔 산림청과의 사전 협의 미흡을 이유로 개막 2시간 만에 불과 관련된 모든 행사가 취소됐다.

mro122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