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익는 10월에 철 모르는 제주 벚꽃 활짝…"기후변화 탓"

2일 오후 제주시 이도이동의 한 벚꽃나무에 봄꽃인 벚꽃이 불시 개화해 시선을 끌고 있다. 2024.10.2/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전국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올가을 들어 가장 쌀쌀한 아침을 맞은 2일 제주에는 벚나무가 계절을 착각하고 꽃망울을 터뜨렸다.

맑은 날씨를 보인 2일 제주시 이도이동 한 거리에 있는 벚나무에 분홍빛 벚꽃이 피어 오가는 시민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여기는 벚꽃 명소로 이름나 지난 봄에도 수많은 상춘객을 맞이했던 곳인데 불과 5개월 만에 불시 개화해 다시 꽃망울을 터뜨린 것이다. 불시개화는 싹이 개화하는 시기가 아닌데도 개화하는 이상 발육 현상을 말한다.

특히 벚꽃 바로 옆에는 본격적인 가을을 맞아 나뭇잎이 노랗게 물들고 있어 색다른 정취를 연출했다.

2일 오후 제주시 이도이동의 한 벚꽃나무에 봄꽃인 벚꽃이 불시개화해 시선을 끌고 있다. 2024.10.2/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전문가들은 불시개화 원인을 기후변화로 추정한다.

임은영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박사는 "식물이 꽃을 피우려면 1년 전부터 준비하는데 이 사이클이 깨져버린 것"이라며 "바람이 많이 불고, 가을 태풍이 지나가면 잎이 떨어지는데 그 이후에도 온도가 오르면서 이상 개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올해의 경우 매우 무더웠고, 비도 많이 온 영향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간헐적으로 계속 있는 일인 만큼 드문 현상이라고 하기엔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가을이나 겨울에 꽃을 피우면 이듬해 봄에 다시 꽃이 피지 않을 확률이 커 불시개화 현상이 늘어나면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임 박사는 "정상적인 개화를 못 한 개체에서 열매가 맺히지 않으면 열매를 먹고 사는 야생동물에도 영향을 미쳐 숲의 건강성이 파괴될 수 있다"고 말했다.

9월에도 30도를 웃도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9월 제주지점의 평균 최고기온은 30.8도로 사상 처음으로 30도를 넘었다.

평균기온 역시 27.6도로, 종전 역대 최고 기록이었던 지난해 25.5도를 크게 웃돌았다.

oho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