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정거장인가요?"…제주 해안도로 점거한 관광버스

단체 관광객 승하차 위해 곳곳에 세워 통행 불편 유발
제주시 "불법 주정차 구간 아니라 과태료 부과 못 해"

13일 오후 제주시 도두동 무지개 해안도로에서 관광버스가 정차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 관광객이 무단횡단을 하고 있다.2024.9.13/뉴스1 ⓒ News1 홍수영 기자

(제주=뉴스1) 홍수영 기자 = "편도 1차로에서 앞서가던 차가 갑자기 멈춰 버리면 어떡하나요."

최근 제주도민 A 씨는 제주시 용담 해안도로에서 운전하다 '황당'한 일을 겪었다. 앞서 주행하던 관광버스가 도로 위에서 갑자기 멈춰서는 바람에 오도 가도 못한 채 기다려야 했던 것이다.

"맞은 편에선 차가 계속 오고, 관광버스는 승객들이 다 내릴 때까지 꼼짝도 하지 않아서 뒤로 차들이 줄줄이 기다려야 했어요."

추석 연휴 시작 전날인 13일 오후에도 제주시 도두동 무지개 해안도로에선 외국인 단체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관광버스가 줄을 지었다. 이들 관광버스가 주차장이 아닌 길가에 차를 세운 채 승객들을 승하차시키는 모습은 쉽게 볼 수 있었다.

지난 11일 오후 제주시 이호방파제 인근 도로에서 관광버스가 승객들을 내린 후 정차하고 있다.2024.9.13/뉴스1 ⓒ News1 홍수영 기자

이 때문에 뒤따라오던 다른 차들은 버스를 피해 아슬아슬하게 돌아가야 했다. 버스 승객들이 사진 촬영을 위해 무단횡단하면서 달리던 차량이 급정거하는 아찔한 장면도 연출됐다.

같은 날 제주시 이호방파제 인근 도로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관광버스 여러 대가 멈춰 서 있어 도로가 아닌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제주 관광버스의 도로 위 주정차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도 관광명소와 호텔, 면세점 등 앞에선 단체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관광버스들의 정차로 인해 교통 불편 민원이 이어져 왔다.

그러나 도로를 정거장처럼 사용하는 이들 관광버스를 제재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 불법 주정차 단속은 행정시 권한이지만 그 방법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오후 제주시 도두동 무지개 해안도로에서 관광버스가 정차하고 있다.2024.9.11/뉴스1 ⓒ News1 홍수영 기자

제주시에 따르면 시내 도로의 경우 불법 주정차에 대해선 무인 카메라 또는 현장 단속이 이뤄지지만, 관광버스 승객 승하차는 '불가피한 사유'로 인정해 주고 있다. 승객 승하차가 아닌 경우 10분 이상 정차시에만 단속 대상이 된다.

제주시내에서 무인 카메라 단속 구간을 제외한 불법 주정차 단속 구간은 총 129개 노선(약 115㎞)이다.

그러나 해안도로엔 이 같은 단속 구간으로 지정된 곳이 없어 불법 주정차로 다른 차량 통행을 방해하더라도 과태료 부과 등 제재가 불가능하다.

제주시 관계자는 "제주시내 도로 위 불법 주정차는 무인 카메라 등을 통해 단속하고 있지만 관광버스는 승객들이 승하차하는 상황일 경우 과태료 부과가 유예된다"며 "모든 도로를 단속할 수 없어 상권 및 주민들의 의견을 접수해 불법 주정차 단속 구간을 지정하는데 해안도로는 해당 사항이 없다"고 설명했다.

gw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