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 金' 오예진 母 "메달 걸어주겠단 약속 지켜줘 대견"

송미순 씨, 결선 첫발 10,7점 쏘니 '됐다'…메달 직감
"힘들다 말 안하는 속 깊은 딸…마라탕 실컷 사주겠다"

파리올림픽 여자 사격 공기권총 10m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딴 오예진의 어머니 송미순 씨가 31일 뉴스1제주본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2024.7.30. ⓒ News1 강승남 기자

(제주=뉴스1) 강승남 기자 = 제주가 낳은 '특급 총잡이' 오예진(19·IBK기업은행). 고교 3학년이던 지난해 여자 고등부 권총 9개 대회에 출전해 모두 개인 1위 석권했다.

올림픽출전 자격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자비'를 들여 출전했던 국제사격연맹(ISSF) 자카르타 월드컵, 창원 아시아사격선수권대회에선 어른들과 경쟁해 정상을 차지했다.

2024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지난 3월 창원에서 열린 국가대표선발전에서도 1위로 당당하게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았다.

오예진이 지난 26일(한국시간) 여자 사격 공기권총 10m 개인전 예선 출전에 앞서 송미순 씨와 주고 받은 메시지./ 2024.7.30. ⓒ News1 강승남 기자

그런 오예진도 생애 첫 올림픽을 앞두고 떨리고 불안했다.

오예진은 가장 먼저 엄마를 찾았다. 지난 26일(한국시간) '떨리고 불안하지만 잘하겠다'는 말과 함께 '엄마 목에 메달을 걸어 주겠다'고 약속했다.

오예진의 어머니 송미순 씨(51)는 끝까지 딸을 믿었다. '잘 이겨낼 수 있다'며 '불안한 마음을 모두 가져갈 테니, 하나만 집중하라'고 전했다.

그리고 이틀 뒤인 28일 오예진은 프랑스 파리 샤토루 CNTS 사격장에서 열린 여자 개인 10m 공기권총 결선에서 금메달을 땄다.

엄마는 딸을 끝까지 믿었고, 딸은 엄마와의 약속을 지켰다.

파리올림픽 여자 사격 공기권총 10m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딴 오예진의 어머니 송미순 씨가 31일 뉴스1제주본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2024.7.30. ⓒ News1 강승남 기자

송 씨는 31일 자신이 일하는 식당에서 '뉴스1제주본부'를 만나 "날아갈 것 같다. 기분이 최고다"며 "메달을 목에 걸어 주겠다는 약속을 지켜줘서 너무 고맙고 대견하다"며 딸의 올림픽 금메달을 기뻐했다.

그간 송 씨는 딸이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땄지만, 애써 덤덤한 척 했다. 혼성 단체전 일정이 남아 있었기 때문. 수차례 인터뷰 요청했지만 마다했다.

송 씨는 전날 혼성 단체전을 끝내자 비로소 마음껏 웃었다.

송 씨는 "예진이가 좋은 성적을 내기도 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잘 이겨냈다"며 "아직 어리고 국제무대 경험도 적어 걱정했었는데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파리올림픽 여자 사격 공기권총 10m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딴 오예진의 어머니 송미순 씨가 31일 뉴스1제주본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2024.7.30. ⓒ News1 강승남 기자

송 씨는 첫 올림픽 사대에 서는 딸에게 무슨 말을 건넸을까.

그는 "그냥 평소대로 쏘라고 했다"며 "그동안 했던 것처럼 즐겁고 신나게 쏘고, 결과는 그 다음에 생각할 일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송 씨는 딸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송 씨는 "(예진이가) 중학교 2학년때 친구를 따라 사격장에 다녀오더니 갑자기 사격을 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학교에서 클럽활동 하듯이 하는 줄 알고 하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진이가 사격에 소질을 보이고, 선수로 활동하면서 국가대표는 한번 해봐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은 했다"며 "올림픽 금메달을 딸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고 했다.

송 씨는 "실력이 쟁쟁한 선수들이 모두 출전하는 예선이 어렵지 결선에 오르면 (메달을 딸 것이란) 희망이 있겠다고 봤다. 그동안 예진이가 워낙 결선에서 잘 했다"며 "결선에서 예진이가 첫발에 10.7을 쏜 것을 보고 '됐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파리올림픽 여자 사격 공기권총 10m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딴 오예진의 어머니 송미순 씨가 31일 뉴스1제주본부와 인터뷰를 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2024.7.30. ⓒ News1 강승남 기자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지만 딸을 지원하는데 최선을 다했다. 바쁜 일정에도 틈을 내 경기가 열리는 곳에 찾아가 딸을 응원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자 정든 고향을 떠나 이사도 했다.

송 씨는 "예진이 때문에 크게 힘들거나 어려운 것은 없었는데, (예진이와 오빠가) 어렸을 적에 먹고 사는 게 쉽지 않아 잘 챙겨주지 못한 것이 지금도 미안하다"며 "그 때는 정말 밤낮도 없이 일을 해야하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오예진도 그런 엄마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

송 씨는 "운동을 하면서 생각처럼 기록이 안 나오거나 슬럼프에 빠졌을 때도 저한테는 힘들다는 말을 하거나 투정을 부리지도 않았던 속 깊은 딸이다"며 "자기 때문에 이사도 하고, 힘들게 뒷바라지하는 것을 예진이도 알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그래서 예진이는 힘들거나 슬럼프를 겪을 때 그냥 마라탕이나 매운 닭발을 시켜달라고 해서 먹거나 구슬 십자수를 한다"며 "제주에 오면 마라탕과 닭발을 사줘야 한다"고 말했다.

송 씨가 일하는 식당에 걸린 현수막. /2024.7.30. ⓒ News1 강승남 기자

송 씨는 자랑스러운 딸을 당장에라도 보고 싶지만, 당분간 얼굴을 맞대기 어렵다.

오예진은 8월 6일 인천공항을 통해 돌아오지만 곧바로 국제대회를 준비해야 한다. 10월엔 전국체전도 있다.

송 씨는 "지난 4월에 얼굴을 보고 만나지 못했다. 아직 제주에 올 일정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만나면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다"며 "예진이가 하고 싶다던 제주 여행도 할 계획이다"고 했다.

한편 오예진은 한마음초등학교, 표선중, 제주여상을 졸업했다. 제주출신 운동선수 중 올림픽에서 두 번째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제1호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는 야구 강민호(삼성 라이온즈)다.

ks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