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5·16도로 무면허 뺑소니… '술 마셨다' 자백했지만 혐의 적용 불가

"사고 전 소주 4~5잔" 진술… 사고 14시간 뒤 음주 측정 땐 '0%'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연결하는 산간도로인 5·16도로에서 무면허 운전을 하다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한 40대가 음주 사실을 시인했지만, 음주 수치를 확인하기 어려워 '음주운전 혐의' 적용은 어려울 전망이다. 사고 당시 모습.(제주동부경찰서 제공)/뉴스1

(제주=뉴스1) 강승남 기자 =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연결하는 산간 도로인 '5·16도로'에서 무면허 운전을 하다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한 40대가 음주 사실을 시인했지만, 음주 수치를 확인할 수 없어 '음주 운전 혐의' 적용은 어려울 전망이다.

17일 제주동부경찰서에 따르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과 도로교통법(사고 후 미조치) 위반,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40대 A 씨는 사고를 낸 지난 10일 오전 제주시의 한 식당에서 지인들과 소주를 마신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 A 씨는 최근 경찰에 "사고 당일 점심 식사를 하면서 소주 4~5잔을 마신 것 같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경찰이 해당 음주 정황을 토대로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사고 당시 A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추산한 결과, '마이너스'(-) 값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알코올이 모두 분해·소멸했다는 의미다.

지난 11일 A 씨 긴급체포 당시 이뤄진 음주 측정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채혈 감정 결과에서도 모두 혈중알코올농도가 0.00%였다.

A 씨가 술을 마셨다고 해도 혈중알코올농도를 확인하지 못하면 음주 운전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경찰은 이 사건 조사 보고서에도 '음주 정황'으로만 기재할 방침이다.

A 씨는 지난 10일 오후 6시35분쯤 한라산 성판악휴게소 부근 5·16 도로에서 서귀포 방면으로 지인의 소나타 차량을 몰다가 중앙선을 침범, 마주 오던 모닝과 SM6 등 차량 2대를 들이받고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뒤따르던 아이오닉 차량이 SM6 차량을 추돌하는 2차 사고도 발생했다.

A 씨는 차량 앞 범퍼가 파손된 채 도주하다 또다시 중앙선을 넘어 12명이 탑승한 버스를 들이받는 사고를 또 냈다. 이로 인해 버스 운전기사와 승객 등 3명이 다쳤다.

그러나 A 씨는 사고 직후 어수선한 틈을 타 차량에서 내려 한라산국립공원 내 숲으로 도주했다. 그리고 다음 날 사고 목격자가 출근길에 한라생태숲 인근 갓길을 걷는 A 씨를 발견, 경찰에 신고하면서 사고 발생 약 14시간 만인 11일 오전 8시 20분쯤 긴급 체포됐다. 사고 발생 장소와는 13㎞가량 떨어진 곳이었다.

A 씨는 검거 당시엔 "술을 마시지 않았고 사고에 대한 기억이 없다"며 "눈을 떠보니 풀숲에 누워 있었다"며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2018년 차량 절도 범행으로 자동차 운전면허가 취소된 상태에서 이번 사고를 냈다.

ks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