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ㅎㄱㅎ' 간첩단 재판서 국정원 증거물 '사본' 놓고 쟁점
검찰측 "캡쳐본·사본도 다양한 입증으로 증거능력 확보 가능"
변호인단 "원본 동일성·무결성 확인 어려워…원본 제출해야"
- 강승남 기자
(제주=뉴스1) 강승남 기자 = '제주 ㅎㄱㅎ' 간첩단 재판에서 검찰이 재판부에 제출하려던 증거들의 효력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검찰측은 해외채증 동영상의 사본 등만으로도 원본과의 동일성을 입증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반면, 피고인측 변호인단은 증거 효력이 없다고 반박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홍은표 부장판사)는 3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강은주 전 진보당 제주도당 위원장(54), 고창건 전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54), 박현우 전 진보당 제주도당 위원장(49) 등 3명에 대한 공판기일을 가졌다.
이날 국가정보원이 해외에서 채증한 동영상과 사진의 각각 캡쳐본과 사본이 증거로서 효력이 있느냐가 쟁점이 됐다.
앞서 검찰측은 국가정보원이 해외에서 촬영한 동영상과 사진의 각각 캡쳐본과 사본을 증거로 제시했는데, 피고인측 변호인단이 모두 부동의하면서 증거로 채택되지 않았다.
검찰측이 제시한 증거는 강은주씨가 캄보디아로 입국 및 출국하는 장면, 강씨가 앙코르와트 사원에서 북한 공작원과 만나는 장면, 강씨가 호텔에서 북한 공작원 등과 만나는 장면 등이 담김 동영상과 사진의 각각 캡쳐본과 사본이다.
피고인측 변호인단은 원본 촬영물을 확인해야 피고인들의 방어권이 침해받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검찰측에 수차례 원본 동영상 열람을 요구했지만, 검찰측이 이를 증거로 제출하지 않는 등 고의로 재판을 지연하고 있다고도 했다.
특히 형사소송규칙에 영상·녹음·녹화해 재생할 수 있는 매체에 대한 증거조사를 신청할 때 녹음·녹화된 사람, 녹음·녹화한 사람, 일시와 장소 등을 밝혀야 한다고 기재돼 있는데 검찰이 제시하는 증거에는 이 같은 내용이 없어 원본의 동일성과 무결성 등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원본 동영상의 캡쳐본이나 사진의 사본도 다양한 입증을 통해 증거효력이 충분하다고 했다. 혐의 입증의 책임은 검찰에게 있기에 동영상 캡쳐본과 사진 사본을 원본과 비교하고 국정원 수사관들의 증언 등을 통해 증거가 조작·위조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측이 검찰이 제시하는 증거에 대해 위법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현 시점에서 (증거의 위법성을) 판단하는 것은 성급해 보인 위법성을 지금 시점에서 판단하는 것은 성급해 보이기 때문에 심리가 끝나고 판결할 때 판단하겠다"며 "증거 입증의 책임은 검찰에게 있기 때문에 (검찰에게) 입증의 기회를 주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사진 사본과 동영상 캡쳐본 등에 대한 증거조사를 허가했다.
이에 피고인과 변호인단은 '법과 원칙에 어긋난 불공정 재판'이라며 모두 퇴정했다.
이후 재판부는 피고인측이 없는 상황에서 증거조사를 진행했고, 검찰은 해외채증 동영상 캡쳐본의 원본 동영상의 봉인을 해제하면서 제시한 증거가 원본 동영상과 동일하다며 증거효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ㅎㄱㅎ' 제주간첩단 사건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강씨는 2017년 7월 캄보디아에서 북한 공작원들과 회합한 이후 그 해 10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온라인에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공유해 교신하는 사이버 드보크(Cyber Dvok) 방식으로 북한으로부터 13차례에 걸쳐 지령문을 받고, 14차례에 걸쳐 대북 보고서를 발송했다.
이 과정에서 2018년 12월부터 이적단체인 'ㅎㄱㅎ' 결성을 준비해 온 강 씨와 고 씨 박 씨는 북한 문화교류국으로부터 조직 결성 지침과 조직 강령·규약이 하달된 2022년 8월부터 본격적인 결성 작업에 들어갔다.
강 씨가 총책을 맡은 'ㅎㄱㅎ'는 고 씨가 책임자인 농민 부문 조직과 박 씨가 책임자인 노동 부문 조직, 강 씨가 직접 관리한 여성농민·청년·학생 부문 조직 등 크게 3개 하위조직을 뒀다. 구성원 수는 총 10여 명이다.
ks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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