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향토일·鄕土日]백종원도 '픽'…제주 토종콩으로 차린 건강밥상

푸른콩 요리 전문 제주시 명도암마을 '수다뜰'
"건강에 좋은 자연 그대로의 음식 선보이고파"

편집자주 ...어느 지역마다 그 지역의 특색이 담긴 향토음식과 전통 식문화가 있다. 시대가 변하고 세월이 흘러도 향토음식 고유의 지역성과 독특한 맛은 여전히 현대인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뉴스1제주본부는 매주 토요일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지정한 향토음식점과 향토음식의 명맥을 잇는 명인과 장인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향토일(鄕土日)이라는 문패는 토요일마다 향토음식점을 소개한다는 뜻이다.

푸른 콩.(농촌진흥청 농업기술포털 서비스 '농사로' 홈페이지 갈무리)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제주에는 '푸린 독새기 콩(푸른 달걀 콩의 제주어)'이라고 불리는 특별한 콩이 있다.

완전히 여물어도 연한 초록빛을 띄는 달걀 모양의 제주 토종 콩인 '푸른 콩'이다. 일반 콩에 비해 향긋하고 달짝지근해 주로 장을 담글 때 쓰여 제주에서 흔히 '장콩'으로도 불렸던 콩이 바로 이 푸른 콩이다.

특히 중산간에 살던 옛 제주사람들은 겨울이 되면 이 푸른 콩을 주식 삼아 매일같이 먹었다고 한다. 화산섬 특성상 벼농사가 어려워 쌀 자체가 귀했던 데다 시장이 서는 해안가에 자주 내려가지도 못해 푸른 콩으로 콩죽, 콩국, 두부, 장을 만들어 밥상을 차렸던 것이다.

요즘 제주에서는 이 푸른 콩을 보기도 어렵다. 애초 재배 방법이 까다로워 생산량이 적은 데다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높은 수입 콩이나 개량 콩에 밀리면서 점점 설 자리를 잃은 탓이다.

그러나 여전히 이곳에서만큼은 푸른 콩을 제대로 맛볼 수 있다. 중산간인 제주시 봉개동 명도암 참살이 마을에 있는 '수다뜰'이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지정한 향토음식점 '수다뜰'의 대표 메뉴인 콩국 두부 정식과 손두부 두루치기.(수다뜰 제공)

2010년 5월 문을 열어 15년째 영업 중인 이곳의 대표 메뉴는 직접 재배한 푸른 콩으로 만든 '콩국 두부정식'과 '손두부 두루치기'다.

백미는 콩국이다.

늦가을에 수확해 볕에 말린 푸른 콩을 가루로 내 물에 곱게 개 둔 뒤 멸치육수에 무, 배추와 함께 푹 끓인 제주 향토음식이다. 간은 직접 불순물을 없앤 천일염만으로 맞춘다고 한다.

만들기 쉬워 보이지만 콩국은 시간과 정성이 듬뿍 담긴 음식이다. 휘젓지 않고 약불에 뭉근하게 끓여야 퍼지지 않고 몽글몽글한 콩국을 완성할 수 있어서다. 한 숟가락 떠 먹어 보면 촉촉하고 부드러운 식감에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손두부 두루치기도 별미다.

곱게 간 푸른 콩을 끓인 물에 직접 공수한 제주 용암해수을 넣어 만든 손두부를 돼지 앞다리살, 각종 채소, 육수와 함께 매콤하게 볶은 음식이다.

밀키트(Meal Kit·간편조리식) 상품으로도 개발된 이 음식은 2022년 '지역 향토음식 활용 간편조리세트 공모전'에서 농촌진흥청장상을 받은 것을 계기로 현재 롯데마트 온·오프라인 매장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여기에 노릇노릇한 생선구이와 비지전, 두부부침, 고추장아찌, 김치 등 두 대표 메뉴에 곁들어 나오는 반찬들도 먹음직스럽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지정한 향토음식점 '수다뜰'의 정문경 대표(64).(수다뜰 제공)

평생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살던 정문경 대표(64)는 생활개선회 활동을 하다가 우연히 농업기술센터의 제안을 받고 이곳 수다뜰을 열었다. 농촌전통테마마을 조성사업의 일환이었다.

처음에는 생활개선회원들과 함께 힘을 쏟았지만 여러 사정으로 결국 홀로 남게 된 정 대표는 메뉴 개발부터 운영, 홍보까지 도맡아야 했다. 설상가상 갑자기 찾아온 추간판 탈출증으로 건강까지 크게 악화되면서 당시 그는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정 대표는 "그 때 절 버티게 해 준 게 바로 자연 그대로의 음식"이라며 "소금 한 알, 기름 한 방울을 쓸 때도 몸에 이로운지 먼저 생각하고 쓰는 것도 모두 그 경험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차려진 정 대표의 건강밥상은 입소문을 타더니 2021년 4월 tvN '백종원의 사계 - 이 계절 뭐 먹지?', 2022년 11월 KBS1 '6시 내고향'에 잇따라 소개되면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제주특별자치도가 수다뜰을 향토음식점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정 대표는 "바람이 있다면 손님들이 제 음식을 드시고 건강해지는 것 뿐"이라며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수다뜰을 계속 지켜 나가고 싶다"고 전했다.

#이 기사는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의 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mro122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