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향토일·鄕土日]엄마 손맛 그리워 시작한 식당 '산지물' 2대째 맛집

각종 물회 및 조림 전문 제주시 건입동 '산지물'
"수천만원 광고보다 친절과 맛이 최고의 광고"

편집자주 ...어느 지역마다 그 지역의 특색이 담긴 향토음식과 전통 식문화가 있다. 시대가 변하고 세월이 흘러도 향토음식 고유의 지역성과 독특한 맛은 여전히 현대인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뉴스1제주본부는 매주 토요일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지정한 향토음식점과 향토음식의 명맥을 잇는 명인과 장인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향토일(鄕土日)이라는 문패는 토요일마다 향토음식점을 소개한다는 뜻이다.

제주시 건입동 산지물 식당/뉴스1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수천만원짜리 광고보다는 정성스레 맛있게 만든 음식이 최고의 광고 아닐까요?"

30년 가까이 제주시 건입동 산지천에서 해산물을 중심으로 한 제주특별자치도 지정 향토음식점 '산지물'을 운영해온 이경아씨(72)가 경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산지물'은 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이라는 의미지만 이 식당의 유래는 산지천에서 따왔다.

산지천은 한라산 부근에서 시작돼 제주시를 관통하고 제주항까지 흐르는 하천이다. 물이 있는 곳에는 사람이 모이는 법. 산지천은 과거 도민들의 주요 식수이자 빨래터로 쓰였던 소중한 용천수였다.

산지천 주변에는 전통시장 제주동문시장과 쇼핑거리 칠성로가 형성될만큼 원도심의 중심지이기도 했다.

1998년 문을 연 산지물 식당은 올해로 26년간 이어져왔으며 현재는 이씨의 아들이 물려받아 2대째 운영하고 있다.

이씨는 "어머니가 해주던 음식으로 식당을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산지물을 시작했다고 한다.

각종 조림과 물회 등 이씨의 어머니가 손수 차려주던 집밥에 자신만에 색깔을 입힌 것이다. 산지물은 개업 초기부터 요샛말로 '웨이팅'이 필수일만큼 대박이 났다. 특히 주문 즉시 신선한 해산물과 된장으로 즉석에 만든 물회는 한여름 더위에도 긴 줄을 서서 기다려먹을만큼 인기가 많았다.

산지물식당 초기 인기메뉴는 단연 '어랭이(황놀래기)물회'였다. 어랭이는 포를 뜨기에는 크기가 작지만 물회로 만들어서 뼈째 씹어먹으면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어 별미로 꼽힌다.

이씨는 "어랭이는 크기가 작지만 힘이 아주 강한 것이 특징인데 어랭이물회에 소주를 마시면 취하지 않는다는 손님도 계셨다"며 "아직 배달이나 포장문화가 발달하지 않은 시절 어랭이물회를 포장해서 배를 타고 가는 손님들도 꽤 많았다"고 회상했다.

어랭이물회는 현재 어랭이 공급이 수월치 않아 맛보기가 어려워졌지만 한치물회와 자리물회 등 떠올리기만해도 군침이 돌게 하는 새콤달콤한 다양한 종류의 물회들이 즐비하다. 제주에서는 물회 국물을 고추장이 아닌 된장을 이용해 구수하고 담백한 맛을 내는 게 특징이다.

산지물 식당을 운영하는 이경아씨(제주여행 포털 사이트 비짓제주)/뉴스1

쥐치조림, 갈치조림, 우럭조림 등 생선조림과 오분자기 뚝배기도 산지물의 또 다른 인기메뉴다.

이 씨는 "갖은 양념을 해서 15일간 숙성을 한 것이 우리 조림 맛의 비결"이라고 자랑했다. 부드럽고 고소한 생선살을 발라내 먹은 뒤 남은 양념에 밥을 비벼먹으면 저절로 "여기 밥 하나 추가요"를 외치게 된다.

전복과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크기가 작아 '새끼 전복'이라는 오해를 받는 오분자기는 제주에서 전복만큼이나 귀한 식재료였다. 산지물 식당은 오분자기뿐만 아니라 미역과 소라를 해녀들에게 직접 공수받아 뚝배기 재료로 쓰고 있다.

30년 가까이 식당을 운영하다보니 특별한 단골손님도 생겼다.

이씨는 "장사를 하면서 손님이 맛있게 먹었다고 해주면 용기도 나고 긍지도 생긴다. 한 관광객분은 음식을 아주 맛있게 먹었다면서 고향에 돌아가서는 고구마를 보내주더라"며 "제주에 올때마다 항상 우리 식당을 찾아주고 이제는 서로 안부전화도 하면서 이웃처럼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식당 문을 처음 열었던 때와 비교해 음식 트렌드는 달라지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지만 여전히 '맛과 정성'이 최선이라고 자신의 철학을 강조했다.

그는 "최근에는 음식점들이 너무 광고에만 의존하는 것 같다. 광고와 실제 음식맛이 다르면 손님들은 실망하고 다시 찾지 않는다"며 "비싼 광고를 하면 그만큼 재료를 아껴야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광고할 돈으로 손님에게 뭐라도 하나 더 드리는 게 낫다. 맛과 정성이 있다면 손님들이 알아주기 마련이다"라고 했다.

#이 기사는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의 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kd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