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충 아녜요?"…함평나비 1000마리 제주 방사 소식에 '화들짝'

제주관광협·함평군, 24일 동반 성장 협약 후 방사 예정
함평군 "알 낳는 암컷 아닌 수컷만 방사…각별히 주의"

지난 1일 함평나비축제 나비곤충생태관에서 나비들이 날아 꽃에 앉고 있다. 2024.5.1/뉴스1 ⓒ News1 김태성 기자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아니, 해충인 배추흰나비를…"

17일 오후 제472회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임시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는 '나비'가 갑자기 화두로 등장했다.

사단법인 제주관광협회와 전라남도 함평군이 오는 24일 제주시 한림읍 중산간에 있는 아덴힐리조트앤골프클럽에서 열기로 한 '함평 나비 제주에 날다' 행사가 그 발단이었다.

양 측의 동반 성장 업무협약 체결을 기념해 열리는 이 행사는 수면 상태로 배편으로 들여온 함평군 서식 나비 1000여 마리를 골프장 일대에 일제히 방사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이를 두고 양경호 의원(더불어민주당·제주시 노형동 갑)이 제주에 방사될 예정인 나비의 90%(10%는 호랑나비)가 해충으로 분류되는 '배추흰나비'인 점을 문제삼고 나선 것이다.

"말리고 싶어서 질의한다"는 말로 운을 뗀 양 의원은 "배추흰나비는 익충이 아니라 배추류를 거의 갉아먹는 등 농작물에 엄청나게 피해를 주는 해충"이라며 "축산정책과나 농업기술원 등 유관기관과 조율하면서 정말 신중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 소속 양경호 의원(더불어민주당·제주시 노형동 갑).(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제공)

실제 이 같은 우려를 인지하고 있는 듯 함평군은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현재 수컷 나비만 제주에 방사하는 방향으로 이번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농작물 피해를 입히는 것은 성충(나비)이 아닌 애벌레인 만큼 알을 낳는 암컷 나비는 철저히 방사 대상에서 배제했다는 게 함평군의 설명이다.

함평군 관계자는 "함평군 등에서 진행했던 나비 날리기 행사도 같은 방식으로 준비했었다"며 "우려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아덴힐리조트앤골프클럽은 이번에 방사되는 나비가 잘 지낼 수 있도록 골프장에 나무나 화초를 식재하고 있고, 제주관광협회는 함평군으로부터 나비 생육 기술을 전수받고 회원사에 전파하는 등의 준비작업을 하고 있는 상태다.

양 의원은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을 이틀 앞둔 지난 2022년 5월16일 국립5·18민주묘지에서도 함평군 나비 날리기 행사가 열렸는데 이튿날 집단 폐사하는 일이 있었다"면서 거듭 준비에 철저를 기할 것을 당부했다.

답변에 나선 강동훈 제주관광협회장은 "제시해 준 의견을 충분히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5·18민주화운동 42주년을 이틀 앞둔 지난 2022년 5월16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함평군 공직자들이 날린 나비가 날고 있다. 2022.5.16/뉴스1 ⓒ News1 정다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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