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음식 비싸"… 고물가 속 가격도 맛도 '착한' 식당 관심

제주도 지정 가성비 음식점 '착한가격업소' 주목
"가격 싸다고 맛까지 저렴해져선 안 돼" 자부심도

제주국제공항이 관광객으로 북적이고 있다.2023.9.28/뉴스1 ⓒ News1 고동명 기자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뭐가 이렇게 비쌉니까? 관광객 등쳐먹지 마세요."

제주 관광과 관련한 기사엔 이렇게 제주의 고물가(혹은 바가지)를 비난하는 내용의 댓글이 달린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제주 음식 등 관광지 물가에 대한 관광객들의 불만은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10일 제주관광공사의 '2023년 제주 방문관광객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주 여행에 대한 평가 항목 중 여행경비(가격·관광지 물가)는 5점 만점에 3.16점을 기록, 관광객들의 만족도가 가장 낮았다.

최근 맛집·카페 방문 등이 여행의 주요 트렌드가 되면서 제주 여행에서도 식비 지출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개별 여행객의 1인당 총지출 비용 66만 3705원 가운데 식음료비가 19만 4179원으로 가장 많았다.

제주 관광업계는 가뜩이나 고물가 논란에 따른 내국인 관광객 감소로 계속되는 상황에서 최근 '비계 삼겹살' 논란까지 더해지자 한층 더 위축된 듯한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 눈높이에 맞는 '가성비' 음식점을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만일 SNS와 인터넷상의 '광고용' 게시물이 의심된다면 행정당국이 보증한 '착한가격업소'도 고려해 봄 직하다 하다.

◇2011년부터 '착한가격업소' 지원… 동종 업종보다 5~10% 저렴

제주도는 지난 2011년 '착한가격업소' 제도를 도입, 해당 업소를 다방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착한가격업소'란 인근지역의 동종 품목보다 5~10% 정도 가격이 저렴하고, 위생·청결, 친절·서비스 등이 우수한 업소를 선정하는 제도다. 음식점뿐만 아니라 숙박업소, 이·미용실 등도 착한가격업소로 지정될 수 있다.

제주도청 홈페이지에 게시돼 있는 올해 2월 29일 기준 도내 '착한가격업소' 가격표를 보면 구좌읍의 한 한식 식당에선 7000원에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기상악화로 제주 기점 항공기 운항에 차질을 빚고 있는 5일 오후 제주국제공항 국내선 출발장이 대체편을 구하려는 결항 승객들로 붐비고 있다. 2024.5.5/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제주에 오는 관광객들이 한 번쯤은 꼭 맛보는 고기국수도 7000~8000원에 판매하는 식당들이 보인다. 유명 식당을 중심으로 고기국숫값이 1만원까지 오른 것을 고려하면 덜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이들 착한가격업소는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 선정한다. 단순히 가격만으로 결정하는 게 아니다. 우선 최근 3년 내 행정처분을 받았거나 세금 체납 등이 있는 업소, 전국 단위 프랜차이즈 가맹업소는 신청 대상에서 제외된다.

착한가격업소 선정 과정에선 현장평가단이 직접 업소를 찾아 △가격(30점) △위생·청결(25점) △서비스·만족도(40점) △공공성(5점) 등을 평가한다. 특히 업소가 제공한 주 품목 중 2개 이상이 선정 기준에 적합하고, 평가 총합이 70점 이상이어야 비로소 '착한가격업소'란 명패를 달수 있다.

착한가격업소 선정은 2년간 유효하며, 매월 운영 실태 점검을 받는다.

그러나 '착한' 가격도 좋지만 '양심'만으로 가게를 운영할 순 없는 일이다. 최근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을 이기지 못하고 ' 하고 '착한가격'을 스스로 포기하는 업소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유행이 한창이던 2021~22년엔 40여개 업소가 '착한가격' 이름표를 뗐다. 경영난에 폐업했거나 치솟은 재료비 등을 버티지 못해 가격인 인상한 사례가 대부분이다.

이에 제주도는 업소들의 착한가격 유지를 위해 상수도·공공요금 사용료·배달료 지원 등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가격 싸다고 맛까지 저렴한 건 아니에요"

물론 가격만으로 도민과 관광객에게 좋은 평가를 받기는 힘들다. 착한가격업소를 10년간 유지 중인 한식 식당을 운영하는 강우경 씨도 '가격'이 싸다고 해서 음식 맛까지 저렴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동태찌개 전문점인 이 식당은 개점한 지 40년 가까이 됐다. 강 씨 자신도 관광지 식당이 아니라 '도민 맛집'으로 불러달라고 할 만큼 자부심이 크다. 28년 전통의 식당을 인수해 10년째 운영하고 있는 그는 "기존 식당에서 요리법을 전수해 똑같은 맛을 이어가려 노력하고 있다"며 "착한가격도 중요하지만, 맛을 잃어버리면 손님까지 잃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이 일손을 돕고 반찬도 아내가 직접 만드는 방식으로 경영비를 최소화하고 있지만 경기 부진 등으로 매출이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며 "그래도 손님들이 '여기 반찬이 참 맛있다'며 한 접시 더 달라'고 할 때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kd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