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환자 이송 큰 혼란 없지만…"수술 줄고, 의료진 과부하"
집단사직 후 응급실 재이송 건수 소폭 줄어
인턴 입사 포기·전임의 3월 거취 불분명
- 오현지 기자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의대 증원 반발로 시작된 전공의 집단행동이 일주일째 접어들었지만 제주에서는 응급환자 이송 등에 큰 차질은 없는 상태다.
다만 이번 주부터 비상진료 체제에 돌입한 제주대병원 수술 일정이 본격적으로 축소되고, 병원에 남은 '전공의 말년'인 4년 차 레지던트들이 이달을 끝으로 병원을 떠날 것으로 점쳐지면서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제주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집단사직이 시작된 지난 20일부터 이날 오전 5시까지 일평균 이송 인원은 88명으로 지난 1월 114명에 비해 약 23% 감소했다.
소위 '응급실 뺑뺑이'라 불리는 환자 재이송 건수 역시 전공의 집단사직 후 일평균 0.8건으로 지난달 평균 1.9건에 비해 소폭 줄었다.
이와 관련 제주소방 관계자는 "전공의 집단행동 관련 행동요령이 계속해서 홍보되면서 경미한 증상일 경우 구급차 이용을 자제하는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지난 6일 정도의 통계인 만큼 앞으로의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소방본부는 구급대 중증도 분류에 따라 응급환자는 제주대병원과 권역 외상센터가 설치된 한라병원으로, 비응급환자는 지역 응급의료센터나 응급의료기관 등으로 이송하고 있다.
오영훈 제주지사도 이날 진행된 주간 혁신 성장회의에서 "제주지역은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도민 피해나 불편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중증이 아닌 경우 응급실을 찾지 않고 협조해 주는 도민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다만 95명 중 73명의 전공의가 업무를 중단한 제주대병원은 이번 주부터 수술 규모가 본격적으로 축소된다. 병원 측은 최대 절반가량의 수술 일정이 지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3월 입사 예정이던 신입 인턴 22명이 사직한 전공의 자리를 일부 메워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입사 예정자 중 군복무 중인 3명을 제외한 19명이 이미 임용포기서를 제출했다. 이달 말로 수련 종료를 앞둔 전공의 말년인 레지던트 4년 차 22명 역시 병원을 떠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특히 지난 20일부터 전문의 2명이 3교대로 응급실 당직 근무를 서고 있어 근무 피로도가 점차 누적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집단행동 시작 전 제주대병원 응급실은 전문의 1명과 전공의 3명이 일일 3교대로 근무해 왔다.
제주대병원 관계자는 "아직 재임용을 포기하겠다는 전임의(펠로)는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전국적인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제주한라병원의 경우 권역응급의료센터와 권역외상센터 두 곳 모두 애초 전문의 체제로 운영돼 전공의 사직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제주도는 보건의료재난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하고, 이날부터 응급의료기관 간 환자를 옮길 때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응급의료지원단'을 본격적으로 가동한다. 또 보건복지부와 협의해 보건지소 등에 근무하고 있는 공중보건의사 7명, 해군 제7기동전단 소속 군의관 7명을 파견받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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