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아름답던 설경이 천재지변으로"…최강 한파·폭설에 얼어붙은 제주
출근길·등굣길 험난…차량 놔두고 도보나 대중교통 이용
제주공항 활주로 폐쇄로 무더기 결항
- 고동명 기자, 오현지 기자
(제주=뉴스1) 고동명 오현지 기자 = 이틀째 최강 한파가 덮친 22일 오전 제주시 연동 길거리.
평소같으면 출근길 차량으로 붐볐을 도로는 한산했고 드문드문 보이는 차들도 엉금엉금 거북이 운행을 하고 있었다.
일부 시민들은 차량 운행을 포기하고 롱패딩에 목도리, 장갑 등으로 완전 무장하고 도보로 출근길에 나서거나 대중교통을 선택했다.
제주도는 이날 출근시간대 대중교통 이용객이 급증할 것에 대비해 오전 7시부터 8시까지 1시간 동안 5개 노선버스(282번, 311번, 312번, 325번, 415번)를 임시 증차해 운행했다.
도보 출근도 쉬운 길은 아니었다. 시야를 확보하기 어려울만큼 눈보라가 치고 바람도 매서워 시민들은 겨우겨우 한걸음 한걸음을 떼며 일터로 향했다.
등굣길도 험난했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오전 9시 기준 도내 학교 310곳 중 50곳이 등·하교 시간을 변경했고 5곳이 원격수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나머지 254곳은 정상수업이다.
폭설 속 자녀들을 학교에 보낸 부모들은 애를 태웠다.
강모씨(45)는 "학교에서는 방학이 얼마남지 않은 상황에서 수업일수가 모자라면 학사일정을 조정해 방학을 연기해야 할수 있다더라"며 "정작 아이는 학교에가서 친구들과 눈놀이를 할 수 있다며 좋아하지만 사고라도 나지 않을까 걱정이다"고 했다.
하늘길과 뱃길도 막혔다.
이날 제주항여객터미널 실시간 운항정보에 따르면 제주항 2부두에서 오전 9시30분 출발할 예정이던 퀸스타2호가 결항하는 등 여객선선 운항도 일부 차질을 빚고 있다.
제주국제공항에서는 끝도없이 내리는 눈을 치우느라 활주로 폐쇄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제주공항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20분부터 9시50분까지 예정됐던 활주로 폐쇄가 오전 10시50분까지 1시간 연장된데 이어 오후 1시까지 한차례 더 연장됐다.
결항편수도 급증했다. 이날 오전 10시까지 국내선 77편(출발 38·도착 39)이 결항했다. 또 국내선 도착 5편, 국제선 출발 1편 등 6편이 지연 운항했다.
이날 오전 제주공항 3층 출발 대합실 항공사별 결항 고객 전용 카운터를 중심으로 수백미터 줄이 겹겹이 늘어졌다.
박스와 캐리어를 방석 삼아 공항 바닥에 앉은 승객들은 저마다 휴대폰으로 항공편 예약 페이지를 켜놓고 하염없이 새로고침만 하고 있었다.
항공사 직원들은 "지금 여기서 대기해도 대체편이 하나도 없다. 숙소로 돌아가 계시면 대체편을 문자로 안내해드리겠다"고 승객들에게 일일이 설명했다.
대구에서 자매들과 여행 온 70대 이모씨는 "동생이 다리가 아파 다니던 병원을 가야하는데 비행기가 없어 큰일"이라며 "다른 동생들이 표를 구하고 있는데 부산으로라도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여행 여러 번 왔었지만 이렇게 제주에 눈이 내리는 건 처음이라 초반엔 설경이 아름답다는 생각 뿐이었는데 마지막엔 결국 천재지변이 됐다"고 혀를 내둘렀다.
청주행 비행기를 탈 예정이었던 한모씨(46)는 "오늘 오전 비행기였는데 결항돼서 내일 아침 10시45분 비행기를 다시 예매했다"며 "제주 도로가 제설이 너무 안 돼 공항까지 오는 것도 힘들었는데 숙소까지 다시 가는 것도 걱정"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30대 여성 A씨는 "서울 일정이 있어서 휴가까지 썼는데 공항이 폐쇄돼 황당하다"며 "오전 11시 비행기인데 항공사에서 아무 연락도 없고 뜬다는 보장이 없어서 마냥 기다려야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kd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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