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외국인카지노 매출 2천억 기록하고도 '울상'인 이유

특정 업체에 매출 쏠려…전체적으로 코로나 이전 50%↓
인천·일본 등 초대형 리조트 개장에 '블랙홀' 우려 팽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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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제주 외국인카지노가 올해 2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속 빈 강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3일 제주도와 업계 등에 따르면 10월말 기준 도내 8개 외국인카지노의 총 매출액은 1995억원으로 올해 2000억원 돌파가 예상된다.

2018년 기록한 역대 최고 매출(5111억원)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코로나 이전으로 회복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외국인카지노 매출액은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1093억원 이후 2020년 693억, 2021년 488억원 등 2년 연속 하향 곡선을 그렸다가 지난해부터 807억으로 다시 상승했다.

그러나 카지노업계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다.

우선 매출 자체가 특정 업체에 편중돼 있다. 업계에서는 제주시 노형동에 위치한 드림타워 복합리조트가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시말해 나머지 7곳의 매출을 다 더해도 전체의 30%밖에 안된다는 의미다.

드림타워 개장 이전에는 서귀포시 안덕면에 있는 제주신화월드가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다. 두 곳 다 카지노와 함께 숙박시설과 휴양시설 등을 갖춘 대형 복합리조트다.

지난 22일 한국은행 제주본부를 비롯해 도내 경제 관련 기관단체가 모인 올해 4/4분기 경제 동향 간담회에서도 같은 문제가 거론됐다.

참석자들은 "중국을 중심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카지노업의 매출액이 빠르게 증가했으나 도내 8개 업체 중 한 곳을 제외하면 코로나 이전 대비 50% 수준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제주신화월드는 최근 경영 악화를 이유로 채용 합격자의 입사를 취소하기도 했다.

제주신화월드는 "인력 이탈 등이 심한 업계 특성상 채용 공고를 구인구직 사이트에 상시 내고 있는데 비수기에 접어들어 영업 환경이 악화돼 접객부서 이외에는 채용을 중단한 상황"이라고 했다.

특히 초대형 복합리조트가 인천(2024년 1월 개장)과 일본 오사카(2030년 개장)에 잇따라 개장할 예정이어서 제주 카지노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블랙홀'이라는 말이 나올정도로 제주 카지노 산업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예측마저 제기된다. 고객 유치 경쟁도 치열하겠지만 업계 특성상 신규 대형 카지노가 생기면 인력 유출이 불보듯 뻔해서다.

지난 9일 제주카지노 3사 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열악한 노동환경 등 어려움을 토로했다.

공동대책위는 "인천에 개설되는 초대형 리조트 카지노가 제주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의 임금과 근무환경을 제시하면서 카지노 노동자들이 제주도를 떠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2030년엔 제주도와 인접한 일본에 초대형 카지노 리조트가 들어설 예정인데 제주 카지노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업계와 제주도의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kd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