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안전망·벨트 없이 일해" 추락사 제주 공사장 안전관리 부실했나
한화건설 시공 신축 아파트 공사장서 60대 노동자 추락사
노조 측 "발판 없어 파이프 타고 이동하기도…결국 사고로"
- 오현지 기자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60대 하청 노동자가 추락해 사망한 제주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이 평소에도 안전관리에 소홀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사망한 노동자도 사고 당시 안전로프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고, 추락 방호망도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현장 안전관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들여다보기 위한 수사에 착수했다.
10일 서귀포경찰서와 제주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전 10시56분쯤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60대 노동자가 4m 높이에서 추락해 숨졌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지하주차장 콘크리트 거푸집 작업 중 서있던 철제 작업대에서 미끄러지며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 당시 안전모는 착용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차고 있던 안전대는 생명줄인 로프와 연결되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가 딛고 서있던 발판이 제대로 설치돼 있었는지도 조사해야 할 대목이다.
한화건설이 시공하는 이 아파트는 503세대 규모로, 2025년 1월 입주 예정이다. 지하 1층~지상 5층, 29개동으로 조성된다.
공사 규모가 커 하청 건설사 두 곳이 현장을 2개 공구로 나눠 시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건설 노동자들은 평소에도 현장에 추락 방지용 안전망과 발판 등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7월부터 해당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 A씨는 "어제 사고 후에야 추락 방지 그물망이 설치됐고, 이제까진 안전망 없이 일해왔다"며 "안전발판이 깔려서 쭉 돌아다닐 수 있게 해야 하는데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아 파이프를 타고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관계자는 "평소 현장에 가끔씩 갔을 때 보면 안전벨트 없이 작업하는 걸 자주 목격해왔다"며 "원청에서 안전관리에 소홀하다 싶었는데 결국 사고가 났다"고 했다.
현장 전체 공사금액만 2500억원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제주산재예방지도팀은 현장에 공사중지 명령을 내리고 안전수칙 준수 여부 조사에 나섰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는 "재해를 예방할 수 있는 여러 안전조치가 있는데 해당 공정에서 필요한 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조사하고 있다"며 "관련자 조사 등을 통해 법에서 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한 미흡한 부분이 있는지 가려낼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A씨 부검 결과가 나오는대로 제주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가 사건을 맡아 현장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oho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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