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사료' 전국 유통한 수협…국내외 양식장으로 팔려나갔다

제주 모 수협·유통업체 등 검찰 송치
수협, 돼지육분 원료 숨겨 300억 매출까지

서귀포해경이 제조업체 사료포대에서 국과수에 의뢰할 시료를 채취하고 있다.(서귀포해양경찰서 제공)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제주 한 수협이 항생제가 잔류해 있는 폐사어분을 유통하고, 돼지 원료를 숨긴 배합사료를 팔아 300억대의 매출을 올린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사들인 어분에 항생제 성분이 잔류해 있는 것을 알면서도 국내외로 유통하거나, 심지어 포대갈이까지 한 비양심 업체들도 함께 송치됐다.

서귀포해양경찰서는 A수협과 B유통업체를 사료관리법 위반 혐의, C유통업체를 사료관리법 및 특정경제범죄법(사기)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6일 밝혔다.

앞서 제주도는 지난 5월 A수협이 유통하는 사료 시료 2개에서 항생제가 검출된 사실을 확인하고 서귀포해경에 수사를 의뢰했다.

A수협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3월까지 항생제가 잔류된 시가 2억5000만원 상당의 폐사어분 175톤을 제조해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다만 추정치일 뿐, 이미 국내외 양식장으로 유통돼 소모된 어분을 감안하면 판매량은 이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어분에서 검출된 항생제는 사료첨가제로 사용이 금지된 엔로플록사신 성분이다. 동물용의약품인 엔로플록사신은 각종 가축과 양식어류 등의 소화기, 호흡기, 세균성 질병 치료제로 사용된다.

병든 양식어류에 투여하는 건 합법이지만, 해당 성분이 출하되는 어류나 사료에서 검출되면 유통이 금지된다.

서귀포해경이 C제조업체에서 칠레산으로 포대갈이 된 사료를 확인하고 있다.(서귀포해양경찰서 제공)

A수협은 2014년부터 처리비용을 받고 연간 약 8000톤의 폐사어를 수거해 어분을 제조해 왔다.

정상적으로 출하되는 양식어류의 경우 충분한 휴약기를 거치지만, 항생제 투여 직후 폐사한 어류는 관련 성분이 잔류할 가능성이 높아 어분 유통 전 항생제 검출 여부 검사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A수협은 폐사어와 제조한 사료에 대한 검사 없이 곧장 전국 8개 업체로 유통한 것으로 드러났다.

8개 업체 중 현재까지 관련 혐의가 확인된 곳은 경남 소재 B업체다. 해경은 B업체 소유 창고에서 항생제 검출 어분 61톤을 발견해 유통 금지 조치를 내렸다.

경남 소재 C업체는 B업체로부터 항생제 잔류 어분을 싼값에 구입한 뒤 양식업자들이 선호하는 고가의 '칠레산'으로 포대갈이해 제주도 소매업체 3곳에 되팔아 약 9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A수협에서 제조된 문제의 어분이 도외에서 고급어분으로 둔갑돼 다시 제주도 양식장으로 돌아온 꼴이 됐다.

해경 수사 과정에서 A수협이 2년 넘게 사료에 돼지 부산물을 섞었다는 사실을 숨기고 유통해 온 부당행위까지 추가로 드러났다.

A수협은 2021년1월부터 지난 4월까지 돼지 부산물로 만든 육분을 혼합한 배합사료 약 1만5000톤을 제조, 판매하면서 사료 포장지에 육분이 들어간 사실을 명시하지 않고 300억원의 부당 매출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단백질 함량을 높이고, 생산 단가를 줄이기 위해 돼지 부산물을 어분에 섞을 수 있지만, 사료관리법상 배합비율이 큰 원료는 포장지에 반드시 표기해야 한다.

해경은 양식업자들이 육분이 혼합된 배합사료를 기피한다는 이유로 수협 측이 일부러 원료 명칭을 숨긴 것으로 보고 있다.

해경은 “양식산업 발전에 힘써야 할 수협이 산업 전반의 신뢰를 하락시켰다”며 “무관용 원칙으로 수사를 진행했고, 수사 중 새롭게 발견된 추가 혐의에 대해서도 계속 조사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oho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