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곳→51곳'…제주, 사라지는 마을목장 보전방안 찾는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유지…개발광풍에 매각 잇따라
수익창출 제도개선, 재산세 부담 경감 방안 연구

제주도는 '마을공동목장의 보존과 지원방안 연구' 용역을 제주대학교산학협력단에 의뢰했다고 15일 밝혔다. 제주의 한 목장장 전경./뉴스1

(제주=뉴스1) 강승남 기자 = 제주도가 전국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도내 마을 공동목장 보존과 지원방안을 마련한다.

제주도는 '마을공동목장의 보존과 지원방안 연구' 용역을 제주대학교산학협력단에 의뢰했다고 15일 밝혔다.

용역비는 6600만원이다. 오는 18일 착수보고회를 시작으로 내년 3월 중간보고와 5월 최종보고 후 6월 용역을 완료한다.

이번 용역은 제주 고유 목축문화인 마을공동목장이 부동산 개발과 재산세 상승으로 인한 매각압력 증가, 조합원 고령화, 양축농가 감소, 목장 운영수익 불안전성 증대에 따라 생태·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이용 및 운영방안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다.

제주도는 마을공동목장 보전을 위한 정당성에 관한 논리를 개발한다. 또 마을공동목장의 공익적 가치 제고를 위한 사업을 발굴하고 마을목장 수익창출로 공동체(조합) 유지와 경관복원을 통한 관광산업과의 동반성장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도 모색한다.

특히 '지방세특례제한법' 제90조의 마을회 등에 대한 감면 유예기간 만료(2025년 12월31일 일몰) 후 재산세 및 종합부동산세 납부 부담 가중이 예상되면서 법률 개정의 타당성과 근거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제주의 마을공동목장(조합)은 일제가 축우 수탈을 위해 읍·면별로 '목야지정리계획(1933년)'을 수립해 실행하도록 하면서 시작된 목축조직이다.

해발 200~600m 중산간 지대에 조성한 제주의 마을 공동목장은 1943년 123곳에서 2022년 51곳으로 줄었다. 전체 면적도 같은 기간 2만4432㏊에서 5062㏊로 절반 이상 줄었다.

과거 마을목장이었던 곳에 들어선 옛 탐라대 전경. 제주도는 이 곳에 하원테크노밸리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뉴스1

마을공동목장이 감소하는 이유는 시대에 따라 변한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연구원이 펴낸 '제주지역 마을공동목장 관리실태 및 개선방안'연구에 따르면 4·3사건 이후인 1950년대에는 중산간 마을이 황폐화되고, 목축방식도 바뀌면서 목장조합이 와해된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1990년대 이후에는 골프장과 리조트, 테마공원 건설 등 중산간 지대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관광개발로 마을공동목장이 급격히 팔려나갔다.

1943년 이후 1994년까지 약 50년간 도내 마을공동목장이 41곳 사라졌는데, 1995년부터 2018년까지 20여년간 31곳이 해체됐다.

실제 서귀포시 표선면의 세화·토산목장은 291㏊에 달하는 넓은 부지를 소유하고 있었으나 2015년 ㈜부영에 대부분의 토지를 매각했고, 제주시 용강목장도 2017년 86㏊의 부지를 중국 JS그룹에 매각했다.

마을공동목장(조합)은 일제에 의해 이식된 축산제도지만 제주의 오래된 목축전통을 수용해 제도화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특히 조합설립 과정에서 주민들이 토지를 조합에 기부하는 등의 참여가 이루어졌고 마을공동 목장조합규약 등에 의해 운영되는 과정을 통해 마을공동목장은 공동체 자산(community commons)으로 형성됐다. 여기에 제주의 자연환경을 그대로 품고 있는 자원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문경삼 제주도 농축산식품국장은 "이번 연구용역을 통해 공동목장별 목축문화 보존 및 활용 관련 심층적 분석을 기반으로 지역주민 소득창출을 위한 중장기 대책을 마련하고, 제도개선 과제를 발굴해 중앙부처와 협의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ks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