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제로 제주]④일회용품 대신 고체샴푸…호캉스도 친환경

2024년 어메니티 금지 앞두고 자발적 참여 잇따라
"소비와 안락함 상징 호텔의 제로웨이스트 의미 커"

편집자주 ...제주도가 '플라스틱 제로'에 도전한다. 2023년 8월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직접 선포한 '2040 플라스틱 제로 섬'이 그것이다. 제주는 인구가 70만명에 못미치지만 한해 10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다. 관광객과 관련 사업체들의 협조없이는 플라스틱 제로가 어려운 이유다. 뉴스1제주본부는 10회에 걸쳐 관광 분야를 중심으로 플라스틱 제로에 도전하는 다양한 영역의 사람들과 정책을 소개한다

여행객들이 '제로웨이스트 라운지'를 둘러보고 있다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호텔 내 일회용품이 사라진다면 다소 불편한 부분이 있기는 하겠지만 환경을 생각하면 올바른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지난 23일 오후 제주시 탑동에 위치한 라마다프라자 제주호텔 로비. 전국에서 모인 제로웨이스트 활동가들이 제주관광공사와 사회적기업 '함께하는그날협동조합'이 마련한 '제로웨이스트 라운지'를 둘러보고 있었다.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는 지난 10일부터 도내 호텔에서 일회용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ESG 공동 캠페인을 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지속가능한 여행이 주목받으면서 유명 호텔들도 발빠르게 친환경 경영에 뛰어들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1회용 어메니티(amenity: 호텔 내 샴푸, 치약 등의 비품) 금지다. 관광공사가 관광분야 ESG 원탁회의 참여 기업 18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어메니티 잔여물이 애로사항으로 꼽혔다.

해외에서는 주요 호텔들이 1회용 어메니티 제공을 금지하고 있다. 미국의 한 호텔은 일회용품을 사용하면 벌금 2000달러를 부과하고 있다. 프랑스 호텔 '오페라 리에주'는 나무 카드키, 고체 비누, 종이 포장 캡슐커피는 물론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쓰레기 봉투를 사용하고 기존 어메니티를 종이상자나 유리병에 담아서 제공하고 있다.

여행객들이 '제로웨이스트 라운지'를 둘러보고 있다

자원재활용법 개정안 통과로 우리나라도 2024년부터 객실 50개 이상 숙박업소에서는 1회용 어메니티 무상 제공이 금지된다.

아직 의무가 아니지만 국내에서도 최근 대용량 다회용 디스펜서(리필용 용기)를 설치해 1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호텔이 늘고 있다. 플라스틱 용기가 필요 없는 고체 타입의 어메니티를 도입해 어메니티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포장을 완전히 배제한 호텔도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친환경 호텔 서비스 실태조사(2022)에 따르면 친환경 호텔서비스 경험 여부 설문에 응답자(500명) 중 45%가 있다고 응답했다. 경험 사례별로 보면 1회용품 최소화‧다회용품 제공 확대(76.0%), 친환경 소재‧포장 사용 편의용품(어메니티) 제공(46.2%), 숙박객의 친환경 활동(수건, 침구류 재사용 등) 참여(44.9%) 등으로 나타났다.

제로웨이스트 상품을 개발한 이소진 꽃마리 협동조합 대표는 "호텔 내 폐기물은 폐침구나 어메니티 이외에도 빨래방에서 나오는 일회용 세제처럼 다양하고 그 양도 상당하다"며 "일회용품을 못쓰게하면 당장 고객들이 불편할 수 도 있겠지만 오히려 친환경과 ESG경영이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고 말했다.

'제로웨이스트 라운지' 캠페인은 어메니티 사용 금지를 앞두고 연간 1000만명 이상이 찾는 관광도시 제주에서 호텔과 관광객들에게 친환경숙박의 필요성을 홍보하기위해 마련됐다. 지난 10일 롯데시티호텔을 시작으로 제주신화월드, 씨에스호텔앤리조트, 라마다프라자제주호텔, 에코랜드호텔, 롯데호텔제주, 제주아트빌라스, 디아넥스호텔, 더그랜드섬오름 등에서 9월까지 이어진다.

제로웨이스트 라운지 상품들

라운지에서 모바일로 친환경 여행 서약에 참여하면 고체 샴푸바, 린스바, 페이스앤바디바로 구성된 키트를 하루 100개 선착순으로 지급한다. 고체 어메니티는 보름 정도 쓸 수있는 양이다. 라운지에는 이외에도 비건립밤, 제로웨이스트 트래블 키트, 소창 샤워타올, 휴대용 커트러리(나이프, 포크 등) 세트 등 친환경 제품들이 함께 전시됐다.

지난 13일부터 14일까지 제주신화월드 서머셋 리조트 클럽하우스에서 열린 제로웨이스 라운지에서는 준비된 키트 100세트가 일찌감치 소진되는 등 투숙객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왕상수 제주신화월드 환경·위생 담당 상무는 "이번 행사를 통해 환경을 중시하는 가치소비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일회용품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어메니티를 대용량 디스펜서로 교체하는 등 착한 소비문화와 지속가능한 관광 생태계를 만들어 가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생태공동체를 추구하는 스페이스선 엄수정 대표는 "호텔은 소비와 편안함 등의 상징인데 고객 입장에서는 다소 불편할 수 있겠지만 생태계와 인류라는 넓은 의미에서 보면 오히려 더 편하고 이로워지기 위한 행동이라고 본다"고 했다.

엄 대표는 "특히 치유의 섬 제주에서 이런 움직임이 시작된다는게 의미가 있다고 본다. 제주에서 시작한 불씨가 전국으로 확산되길 바란다"고 했다.

김선례 함께하는그날협동조합 마케팅 팀장은 "제주는 관광지 특성상 일회용 소비가 많은 편이고 특히 위생과 직결된 호텔은 일회용을 소비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이번 제로웨이스트 라운지는 그런 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했다.

김 팀장은 "제로웨이스트가 번거롭다는 기존 인식에서 벗어나 여행 중에도 가볍게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할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제주관광공사의 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kd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