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중국발 황사 닥친날, 수입산에 치인 제주 마늘 농심도 뿌옇게 흐렸다
올해산 마늘 수매 현장 가보니…3중고 농민 표정 어두워
"인건비 등 고려하면 적자…작황 부진에 생산량도↓"
- 고동명 기자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인건비와 생산비가 치솟아 걱정인데 이달초 비가 많이 내려서 작황마저 안좋습니다. 가격도 수입 물량이 많다보니..."
22일 오전 올해산 첫 마늘 수매 작업이 한창인 제주 서귀포시 대정농협 유통센터에서 만난 30년간 마늘 농사를 지었다는 고모씨(68)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허리병을 얻어가며 정성들여 재배한 마늘을 수매하는 기쁜날이지만 현장에서 만난 농민들의 얼굴은 어두웠다.
이날 하필이면 중국발 황사가 제주를 비롯해 전국을 덮쳐 뿌옇게 변한 하늘이 농심을 대변하는 듯했다.
농협 등에 따르면 올해 도내 전체 마늘 예상 생산량은 1만8000톤 수준이다. 이 가운데 마늘 주산지인 대정읍의 생산량은 애초 1만2000톤으로 내다봤으나 실제로는 1만톤 이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달 초 집중호우로 작황이 부진해진 탓이다.
올해 대정농협의 마늘 수매 단가는 kg당 3200원이다.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지난해 4400에 비하면 1200원이 낮다. 농민들은 최소 3500원은 돼길 바랐다.
2019년 2500원에 비하면 올랐지만 코로나19 이후 급등한 인건비와 생산비를 고려하면 남는게 없다고 농민들은 토로한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외식비와 물가를 잡겠다며 농민을 압박한다는 불만도 들린다.
고씨는 "올해 수매가는 농가 입장에서 불만인데 인건비는 치솟고 자재값도 올랐기때문"이라며 "제주의 주소득작목인 마늘이 무너지면 다른 월동작물에도 영향이 간다"고 했다.
또 다른 농민 문도명(73)씨도 "올해 수매가는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농가는 적자"라며 "며칠 비가 많이 내려 작황도 좋지않다"고 고개를 저었다.
코로나 전 일당 8만원 수준이던 인건비는 올해 여성은 13만원, 남성은 15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지난해에 창고에 한가득 쌓아놓은 마늘도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말 기준 2022년산 마늘 재고량은 1만4000톤으로 전년 대비 4.5%, 평년 대비 7.5% 각각 증가했다.
수입산 공세도 거세다.
강승태 대정농협 상임이사는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스페인산 마늘 소비와 중국산 김치 수입이 늘면서 제주 마늘 생산량과 소비가 감소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3월 기준 중국에서 수입한 마늘은 6만6892톤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9.4% 나 증가했다.
강 상임이사는 "마늘 재배 면적은 10% 늘었지만 작황 부진으로 평당 6kg이던 생산량은 5kg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생산량이 줄면 가격이 올라야 하는데 여러 악조건때문에 가격이 내려가는 상황"이라고 했다.
강성방 대정농협 조합장은 "계약농가에 한해 전량 수매하기로 했다"며 "앞으로 계약재배에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등의 지원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kd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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