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은 공산폭동' 현수막 철거한 제주·서귀포시장 조사
직권남용·재물손괴 혐의…극우단체 고발
- 오현지 기자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제주4‧3은 김일성 공산폭동'이라는 내용의 4‧3 왜곡 현수막을 철거한 제주 양 행정시장이 경찰 조사를 받는다.
2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서초경찰서는 직권남용과 재물손괴 혐의로 강병삼 제주시장과 이종우 서귀포시장이 고발된 사건을 제주동부경찰서로 이첩했다.
앞서 극우단체 '자유대한호국단'은 지난 4일 제75주년 4‧3 추념식을 10여 일 앞두고 제주 전역에 게시된 4‧3 왜곡 현수막 철거를 지시한 두 시장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양 행정시장은 공동 변호인을 선임해 경찰 조사에 임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의 현수막은 우리공화당과 자유당, 자유민주당, 자유통일당이 지난달 21일부터 내건 것으로, '제주4‧3사건은 대한민국 건국을 반대하여 김일성과 남로당이 일으킨 공산 폭동'이라는 문구를 담아 논란을 샀다.
논란이 커지자 두 시장은 해당 현수막 게시를 제주4·3특별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행위로 보고, 4‧3 추념식을 사흘 앞둔 지난달 31일부터 강제 철거에 돌입했다.
제주4·3특별법 제13조는 누구든지 공공연하게 희생자나 유족을 비방할 목적으로 제주4·3 진상조사 결과나 제주4·3에 관한 허위사실을 유포해 희생자, 유족 또는 유족회 등 제주4·3 단체의 명예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 조항을 어길 경우에 대한 처벌 조항은 없지만, 제주시와 서귀포시는 관련 행정권한이 각 시에 위임돼 있는 만큼 해당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고 피력한 바 있다.
두 시장은 입장문에서 "75년 전 희생자들의 선혈이 낭자했던 제주에서 4·3과 관련한 심려를 끼쳐드린 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절차나 법률적 검토를 핑계 삼아 판단을 지체한 것도, 그 사이에 유족의 아픔을 행정보다 더 고민하던 시민이 먼저 행동하게 한 것도 사과드린다"고 했다.
자유대한호국단은 정당법과 옥외광고물법을 위반하지 않고, 4·3사건에 대한 입장을 담은 현수막을 게시했다며 행정시가 자의적인 법해석으로 권리를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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