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서귀포시장 "4·3 왜곡 현수막 신속히 철거"(종합)
제주4·3특별법 제13조 위반행위 판단…31일부터 철거
"결정 늦었지만 '제주4·3 왜곡' 증오의 말 거둬내겠다"
- 오미란 기자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강병삼 제주시장과 이종우 서귀포시장이 30일 최근 논란이 된 제주4·3 왜곡 현수막을 신속히 철거하겠다고 밝혔다.
강 시장은 이날 오후 제주시청 기자실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제주시장·서귀포시장 공동 입장문'을 발표했다.
문제의 현수막은 우리공화당과 자유당, 자유민주당, 자유통일당이 지난 21일부터 제주 전역에 내건 것으로, '제주4‧3사건은 대한민국 건국을 반대하여 김일성과 남로당이 일으킨 공산 폭동'이라는 문구를 담아 논란을 샀다.
해당 4개 정당은 관할 관청인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허가 없이 해당 현수막을 내걸었다. 통상적인 정당활동으로 보장되는 정당의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을 담은 현수막을 게시할 경우 허가나 신고를 받지 않도록 한 옥외광고물법 제8조를 따른 것이다.
그러나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대응은 달랐다.
상위법인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제주4·3특별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행위로 본 것이다.
제주4·3특별법 제13조는 누구든지 공공연하게 희생자나 유족을 비방할 목적으로 제주4·3 진상조사 결과나 제주4·3에 관한 허위사실을 유포해 희생자, 유족 또는 유족회 등 제주4·3 단체의 명예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 조항을 어길 경우에 대한 처벌 조항은 없지만, 제주시와 서귀포시는 관련 행정권한이 각 시에 위임돼 있는 만큼 해당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현재 도 전역에 걸려 있는 문제의 현수막 수는 모두 59장(행정 추산·정당 추산 80장)으로, 제주시와 서귀포시는 제주4·3 희생자 추념일인 다음달 3일 전까지 전부 철거한다는 계획이다. 철거 작업은 31일부터 시작된다.
두 시장은 입장문에서 "75년 전 희생자들의 선혈이 낭자했던 제주에서 4·3과 관련한 심려를 끼쳐드린 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절차나 법률적 검토를 핑계 삼아 판단을 지체한 것도, 그 사이에 유족의 아픔을 행정보다 더 고민하던 시민이 먼저 행동하게 한 것도 사과드린다"고 했다.
두 시장은 "비록 결정은 늦어졌지만 단호하고 선명한 판단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확고한 신념으로 도민을 마주보며 4·3의 진실을 왜곡하고 있는 증오의 말들을 신속하게 거둬 내겠다"고 강조했다.
mro12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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