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경보에 불 꺼진 제주들불축제…제주시장 "제도 개선", 왜?

개막 2시간 만에 "불 관련 행사 모두 취소" 뒷북 결정
강 시장 "제주는 위험지수 낮았는데 지역예외 없었다"

강병삼 제주시장이 10일 오전 제주시청 기자실에서 제주들불축제 관련 긴급 브리핑을 하고 있다.(제주시 제공)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국내 최대 규모의 불놀이인 '2023 제주들불축제'가 전국 산불 영향으로 개막 직후 사실상 취소된 데 대해 강병삼 제주시장이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피력하며 아쉬움을 표했다.

강 시장은 10일 오전 제주시청 기자실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이번 축제에서 불과 관련된 모든 행사를 취소한다"며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시는 전날 오후 5시 탐라국 개국신화가 깃든 삼성혈에서 들불 불씨 채화제례, 들불 불씨 봉송 퍼레이드 등의 행사를 열며 축제의 서막을 알렸다.

그러나 시는 불과 두 시간 만인 당일 오후 7시쯤 축제 관련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불과 관련된 행사를 모두 취소하는 뒷북 결정을 내렸다.

시는 개막식을 비롯해 희망기원제, 마상마예, 듬돌들기, 제주화합 전도 풍물대행진 등 불과 관련이 없는 행사만 정상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이는 산림청이 지난 6일 오전 10시를 기해 전국의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상향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경계'는 전국 산림 중 산불위험지수가 66 이상이 지역이 70% 이상이거나 발생한 산불이 대형 산불로 확산될 우려가 있어 특별한 경계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다.

법률상 현 상황에서 소각행위를 할 경우 1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강병삼 제주시장이 '2023 제주들불축제' 첫 날인 9일 오후 제주시청에서 들불 불씨 안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제주시 제공)

시는 제주의 경우 섬 지역인 데다 산불위험지수가 '주의(51 이상)' 보다 낮은 48 정도에 불과한 점을 들어 산림청에 보다 유연한 법령해석을 요청했으나 지역 단위로 예외를 둘 수 없다는 취지로 반려당했다.

시는 이번 축제가 끝난 뒤 축제평가위원회를 열고 관련 제도 개선의 필요성과 축제 개최 시기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강 시장은 "산불경보 경계 조치에 따라 부득이 불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취소하게 돼 아쉬움이 크다"며 "결정이 늦어져 불편을 끼쳐 드렸다면 죄송하다. 시민과 관광객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그는 축제 개막 직후 사실상 취소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축제에 대한 많은 열망이 있었고 준비도 열심히 했기 때문에 유연한 법령해석이 가능하다면 하이라이트인 오름 불 놓기까지 해 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다만 법리상 위법하다는 점을 알면서도 축제를 강행할 수 없기 때문에 어제 집중적으로 관련 논의를 했고 논의 끝에 결론을 내리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 시장은 "불을 소재로 하지 않는 프로그램과 부대행사는 정상 진행되는 만큼 새별오름에서 다양한 즐길거리와 볼거리, 제주의 맛과 멋을 느끼면서 제주들불축제에 많은 성원과 관심을 가져 달라"고 전했다.

한편 이 축제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2020년 취소된 데 이어 2021년에는 비대면으로 진행됐고, 지난해에는 동해안 산불로 취소돼 올해는 4년 만의 대면 행사로 치러지고 있다.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새별오름에서 열린 ‘2018 제주들불축제’에서 축제 하이라이트인 오름 불 놓기가 펼쳐지고 있다.2018.3.3/뉴스1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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