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 우도]①당신은 지금 무슨 컵으로 '아아'를 마시고 있나요?

"제주 관광지 특성 탓 인구 대비 일회용컵 사용 많아"
'섬속의 섬' 우도에서 다회용컵 사용 등 캠페인 추진 주목

편집자주 ...'섬속의 섬' 제주시 우도면에서 특별한 프로젝트가 추진된다. 우도는 인구 1700명에 불과한 작은 섬이지만 연간 최대 200만명이 찾는 대표적 관광지다. 그러나 관광객 증가는 폐기물 특히 플라스틱 증가로 이어졌다.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 등은 우도에서 다회용컵 사용 등 플라스틱 줄이기를 목표로 '청정 우도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우도에서 시작한 '작은 혁명'이 대한민국으로 확산하길 바라며 뉴스1제주본부가 10회에 걸쳐 '우도 프로젝트'의 배경과 성과, 참여하는 기관 및 주민 등을 소개한다.

제주시 우도면 한 카페에서 고객이 다회용컵을 반납하고 있다 ⓒ News1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지금 이 글을 읽는 독자가 제주에서 여행을 즐기고 있는 관광객이라면 아마도 높은 확률로 한손에는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약자)' 또는 제주에서만 맛볼수 있는 '시그니처' 음료가 든 플라스틱컵을 들고 있을 것이다.

우스갯 소리로 현대인들은 점심은 굶어도 아메리카노 한잔은 포기하지 못한다고들 한다.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푸른 바다와 하늘을 바라보며 마시는 음료 한잔의 여유는 관광객들이 제주를 찾는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이 여유에는 대가가 따른다. 코로나19 이전 연간 1500만명의 관광객이 찾았던 제주에서 사용되는 일회용 플라스틱컵은 연간 6300만개로 추산된다.

국세청의 100대 생활업종 통계를 보면 제주 커피음료점 수는 총 1961곳(4월 기준)으로 편의점 수(1283곳)와 슈퍼마켓 수(396곳)를 합친 것 보다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제주가 '카페천국'이 된 배경에는 관광객이 있다.

제주관광공사의 2020년 '포스트코로나 제주관광 트렌드 분석' 가운데 제주 여행 키워드 변화(SNS 등 소셜테이터 분석)를 보면 '카페'는 코로나 이전과 이후 모두 언급량이 각각 1만3180번, 1만3834번으로 2위를 차지했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지역에 하나 둘 카페가 생기더니 이제는 유명카페가 있는 지역이 관광지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게 됐다.

제주환경운동합은 2020년 발표한 1일회용 플라스틱컵 제한을 위한 제도개선 보고서'에서 제주도가 관광지라는 특성 탓에 인구 대비 더 많은 1회용 플라스틱컵을 사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제주시 한 해수욕장에 플라스틱 컵이 버려져있다(뉴스1DB)ⓒ News1 오미란 기자

당시 기준으로 한경면은 인구 약 9000명에 커피전문점 35개, 안덕면은 인구 9600여명에 커피전문점이 78개나 된다.

인구가 약 1700명에 불과하지만 관광객이 연간 200만명에 달하는 '섬 속의 섬' 우도면은 커피전문점수가 25개로 파악됐다.

음료 판매는 커피전문점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어서 실제 플라스틱컵을 사용하는 업체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우도면의 경우 커피전문점으로 따로 분류가 안됐을뿐 일반음식점과 휴게음식점이 10년 사이에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2012년 1월 일반음식점 17곳, 휴게음식점 1곳에서 2022년 7월 기준 일반음식점은 135곳, 휴게음식점은 41곳으로 각각 7.9배, 41배 증가했다.

◇일석이조 다회용컵...1년간 270만개 일회용컵 덜 써

'휴지는 쓰레기통에'라는 캐치프레이즈는 옛말이다. 우리는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잘 버리는 시대에서 쓰레기를 분리해서 버리는 시대를 넘어 쓰레기를 잘 골라내 재활용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가 버린 일회용 플라스틱컵이 재활용될 확률은 매우 낮다. 플라스틱컵 재활용 여부는 재질이나 오염 정도 등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제주시 우도면 한 카페에 다회용컵을 설명하는 안내판이 설치돼있다

OECD는 지난 2월 전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재활용률이 9%에 불과하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나머지는 소각 또는 매립된다는 것이다.

제주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제주의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전세계 평균에 못미치는 5% 수준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미 우리 일상에 깊숙이 박혀버린 플라스틱을 하루 아침에 집밖에 내쫓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플라스틱을 덜 쓰고 덜 버리는 방법이다. 특히 '다회용컵'은 같은 플라스틱이어도 여러번 사용할 수 있고 세척을 전제로 해 수거 과정에서 오염되지 않아 재활용률을 높인다.

고객은 음료를 구입하면서 보증금(1000원)을 함께 지불한다. 사용한 다회용컵은 무인 반납기를 통해 돌려주고 보증금도 환불받는다. 반납된 다회용 컵은 전문 세척장에서 7단계 세척 공정을 거쳐 다시 카페로 재공급된다.

제주도가 지난해 7월부터 일회용컵을 다회용으로 교체하는 사업을 추진한 결과 도내 29개 매장에서 지난 1년간 절약한 플라스틱컵은 270만개에 달한다.

◇우도에서 시작된 '작은 혁명'

17일 오후 제주도청 백록홀에서 고은숙 제주관광공사 사장(왼쪽부터)과 고흥범 우도면 주민자치위원장, 오영훈 제주도지사, 이준호 SK텔레콤 부사장, 박대호 행복커넥트 상임이사 등 참석자들이 '청정 우도 프로젝트 업무협약식'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2.8.17/뉴스1 ⓒ News1 고동명 기자

지난 17일 민간, 기업, 관 등이 모여 의미있는 협약을 맺었다.

제주특별자치도, 제주관광공사, 우도면 주민자치위원회, SK텔레콤, 행복커넥트는 제주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우도의 페기물 발생을 줄이고 재활용률을 높이는데 힘을 합치기로 했다.

이른바 '청정 우도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우도 내 일회용컵 사용 줄이기와 다회용컵 사용 활성화다. 일회용컵만큼이나 플라스틱 문제의 주범인 페트병 자원순환 시스템 구축도 이 프로젝트에 담겼다.

이 프로젝트의 일환인 '유두!우도(U-do! UDO)' 캠페인이 17일부터 우도 전역에서 시작됐다.

우도에 입도하는 관광객은 일회용품 줄이기 등이 담긴 '청정 우도 실천 서약'을 하게 된다.

우도 카페 9곳이 다회용 컵 제공 매장으로 참여하며 다회용 컵 무인 반납기는 참여 카페이외에도 도항선 대합실 2곳 등 11곳에 설치된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협약식에서 "우도 관광객들은 자발적으로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 청정 보존에 일조한다는 보람을 선사하고 우도 주민들에게는 마을수익 창출과 쓰레기 감소로 삶의 질을 높여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제주관광공사의 후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kd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