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치켜들고 꼬리 세운 인천공항 '카렌'…'3.8억원 마약' 잡아냈다

인천공항 마약탐지견, 늘어나는 밀반입에 맞서 활약 중

카렌과 양길남 주무관이 인천공항 2터미널에서 수화물 탐색활동을 하고 있다.(인천공항세관 제공) / 뉴스1

(인천공항=뉴스1) 정진욱 기자 =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입국장 뒤편, 한적한 통로를 따라가자 목줄에 묶인 래브라도 리트리버 한 마리가 꼬리를 흔들었다.

올해 '마약탐지왕'을 연속 수상한 '카렌'이다. 카렌은 2022년 6월 태어나 약 1년 4개월간 훈련을 받았고, 올해 1월부터 실전에 투입됐다.

카렌은 호기심이 넘치고 활발한 성격 덕분에 다른 탐지견보다 빠르게 현장에 적응했다. 실제로 별다른 정보 없이 들어온 태국발 우편물 속 장난감에서 대마초를 찾아낸 적이 있다. 카렌은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약 3억 8000만원 상당 마약을 차단했다.

현장 직원들은 "카렌은 낌새를 바로 눈치채고 미세한 냄새 변화를 놓치지 않는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카렌의 핸들러 양길남 주무관은 탐지견 훈련 경력만 20년 가까이 되는 베테랑이다. 그는 "카렌이 실전에서 기량을 펼치도록 우범성이 높은 대상에 집중하게 하고, 탐색 중간중간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양 주무관은 카렌의 반응을 세심히 관찰하며, 주변 상황을 꼼꼼히 파악해 최적의 탐지 포인트를 안내했다.

지금 이 순간도 카렌은 공항 내부를 순찰하며, 출입국자나 수하물, 우편물 사이를 누비고 있다. 여행객들 틈새를 부지런히 오가면서도 한 번 냄새를 잡으면 꼼짝하지 않는다. 고개를 치켜들거나 꼬리를 세우며 신호를 보내면, 양 주무관이 곧장 나서서 대상물을 확인한다.

카렌과 양길남 주무관이 시상식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인천공항세관 제공) / 뉴스1

인천공항세관에서는 래브라도 리트리버, 스프링거 스파니엘 등 총 22마리의 마약탐지견이 탐지활동을 하고 있다. 여행자 휴대품, 특송, 우편물 통관 등 다양한 업무 분야에서 활약하며, 올해 37건의 마약을 적발했다.

인천공항세관에 따르면 올해(11월 누계) 마약류 총 단속량과 금액은 각각 약 557㎏, 약 556억으로 지난해 대비 단속량은 약 10%, 금액은 약 37% 증가했다.

단속금액이 크게 증가한 원인은 고가 핵심 마약인 메트암페타민 단속량(총 398㎏)이 지난해 대비 49% 증가해서다.

인천공항세관 관계자는 "마약류 밀반입 방법이 날로 지능화하고 규모도 커지고 있다"며 "마약 밀반입에 맞서기 위해 우수 탐지견과 담당자를 지속해서 포상하고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onethi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