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담화'에 유정복·오세훈도 돌아섰다…탄핵바람에 흔들리는 보수

인천 당협 분열·광역단체장 선회 속 '친한-친윤' 갈등 가시화

오세훈 서울시장과 유정복 인천시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인천=뉴스1) 정진욱 박소영 기자 = 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정국 혼란 속에서 국민의힘 내 기류 변화가 가시화되고 있다. 대통령 탄핵 문제가 거론되며 한동훈 당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고민이 깊어지는 가운데, 인천 지역 당협위원장들의 엇갈린 의견, 유정복 인천시장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입장 선회는 보수 진영이 단일 대오 형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방증한다.

기존에 '탄핵 반대' 입장이 주류를 이룰 듯 보였으나 12일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후 실질적 책임정치 구현과 국정 안정화를 위한 '탄핵 찬성' 목소리가 커지는 등 세력 재편 가능성이 제기된다.

인천 지역 당협위원장들 분열 시작

인천 지역에서 국민의힘 인천시당이 이날 인천시청 앞에서 인천범시민연대 등과 '탄핵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일부 당협위원장들은 공개적으로 '탄핵 찬성론'을 내세우고 있다.

손범규 인천시당위원장과 심재돈·신재경·유제홍·박종진·이행숙 등 5명의 당협위원장은 탄핵 반대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친한(친한동훈)계 및 중립 성향 당협위원장으로 분류된 이현웅(부평 을), 최원식(계양 갑), 박상수(서구 갑) 등 인사들은 대통령 책임론을 강조하며 탄핵 찬성을 주장했다. 국힘은 지역 단위 조직도 하나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유정복 인천시장과 오세훈 서울시장 '탄핵 반대→참여'로 입장 선회

시·도지사들의 태도 변화는 눈여겨볼 대목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은 중앙정치와 지역 민심의 교차점에 있어 민심 동향을 민감하게 반영하는 바로미터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당초 '탄핵만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이날 개인 SNS를 통해 '탄핵 필요성'을 시사했다. 그는 윤 대통령의 계엄선포로 인한 국민적 분노와 국정 마비 상태를 지적하며,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또한 당초 탄핵 반대 입장을 취해왔으나, 이번에 탄핵 찬성으로 돌아섰다. 오 시장은 "국가적 혼란을 최소화하고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대통령 탄핵이 불가피하다"는 견해를 밝히며, '당론을 통한 탄핵'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는 이미 지역 민심이 단순한 일부 인사의 교체나 2선 후퇴 정도로 수습될 수준을 넘어섰다고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유정복·오세훈 두 시장의 연이은 입장 선회는 민심이 '대통령 책임론'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는 암시다.

당내 ‘친한(친한동훈)계’를 비롯한 여러 의원들이 각자 이해관계에 따라 탄핵을 둘러싼 입장을 달리하면서 국민의힘은 통합이 쉽지 않은 모습이다. 특히 국힘은 이날 친윤으로 분류된 권성동의원이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되면서 국힘 내 친한과 친윤간 의견 충돌은 곳곳에서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국민의힘 내부가 재편하는 단초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인천 지역의 분열, 유정복·오세훈 등 광역단체장의 입장 선회는 보수 진영 전체의 노선과 권력구조에 변화가 이미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정치 전문가는 "탄핵 정국은 국민의힘에 단합과 결정력을 시험하는 무대가 되는 동시에, 책임정치 구현과 국정 안정화라는 과제 앞에 뼈아픈 딜레마가 노출된 것"이라고 했다.

onethi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