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화재 원인 모른다"는 경찰…주민들 "피해보상은 누구에게"(종합)

입주민들 "아직도 피해 복구 안 돼, "보상은 어떻게"
화재 발생 이후 조치 미흡…관계자 4명 송치 예정

8일 인천 서구 청라동의 한 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에서 8월1일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고로 인해 불에 탄 차량을 지게차가 들어올리고 있다. 2024.8.8/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인천=뉴스1) 박소영 이시명 기자 = 인천경찰청이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4개월가량 진행한 수사 끝에 '원인규명 불가' 결론을 냈다. 이 가운데 해당 아파트 주민들 사이로 피해 보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천경찰청 형사기동대는 28일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배터리 관리시스템(BMS)이 화재로 인해 영구적 손상이 일어나 데이터를 추출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총 3회에 걸쳐 합동감식을 실시한 뒤 배터리 관리장치(BMS)와 배터리 팩을 수거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의뢰 했다.

국과수 감정결과 배터리 팩은 차량하부에 장착된 배터리 팩 내부의 절연 파괴 과정에서 발생된 전기적 발열이나, 외부 충격에 의해 불이 났을 가능성이 있다는 소견을 냈다.

그러나 해당 차량 BMS가 화재로 손상이 일어나 데이터를 추출할 수 없었고,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다는 결론을 냈다. 경찰은 대학교수 등으로 이뤄진 전문가 16명에게도 화인에 대해 자문했으나, 국과수와 같은 소견을 전달받았다.

BMS가 있었다고 해도 정확한 화인을 밝혀낸다는 보장은 없지만, BMS가 있었다면 바로 직전 운행 당시 차량의 온도, 압축용량 등 조절정도를 알 수 있어 수사 진전 가능성이 있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해당 차량에 대한 보험이력, 정비이력, 운행이력, 리콜이력도 모두 수사했으나 화재의 원인으로 볼만한 특이점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경찰은 벤츠 코리아와 독일 벤츠 본사 관계자들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으나, 유의미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전기차 배터리 결함이 확인되지 않으면서 메르세데스 벤츠 측과 벤츠 코리아는 형사처벌을 피한 셈이다.

하지만 해당 아파트 입주민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해당 아파트 지하주차장과 일부세대는 피해 복구가 되지않아, 온수와 난방을 사용할 수 없는 상태다. 또 3~5세대는 아직 자택으로 복귀하지 않고 다른 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입주민 A 씨는 "황당할 따름이다"며 "결국 피해보상 책임이 있는 벤츠만 좋아할 결론이 나왔다"고 말했다.

다른 입주민 B 씨는 "현재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벤츠 측에 피해 보상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런 결론이 나와 황망하다"며 "외부 충격이든 배터리 팩 내부 발화이든 폐쇄회로(CC)TV에 나온 것으로 보면 벤츠 차량에서 불이 난 것이 맞지 않나"고 토로했다.

업계에 따르면 주차장 화재로 피해를 입은 차량은 각 차주의 자차보험으로 우선 처리된다. 이후 보험사들은 화재 원인 제공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

전기차 차주에게 구상권이 청구될 수 있으나, 과거 판례를 보면, 2011년 서울 아파트 화재 사례에서는 차주의 관리의무를 다했다면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 때문에 화재가 차량 결함으로 인한 것으로 밝혀지면 제조사가 최종 책임을 질 가능성이 높아 수사 결과가 보상 책임자를 가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었다.

경찰은 이 자리에서 대략적인 금전적 피해 금액도 밝히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공식석상에서 나온 발언으로 보상 절차에서 피해를 보실 분들이 있을 것을 우려해 말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마티아스 바이틀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 사장이 8월14일 오후 인천 청라아파트 전기차 화재현장을 방문 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8.14/뉴스1 ⓒ News1 배지윤 기자

다만, 경찰은 화재 발생 이후 조치가 미흡해 더 큰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다.

불이 난 직후 아파트 관리소 야간근무자가 스프링클러 정지버튼을 눌렀고, 작동이 되지 않게 했다. 평소 소방시설의 오작동으로 인해 수손 피해나 소음 피해에 따른 민원 또는 항의 우려에서였다.

경찰은 관리사무소와 소방관리 업체로부터 압수한 자료를 분석 한 결과 스프링클러 등 주요 소방시설 작동에는 문제가 없던 것으로 확인됐고, 관련자들이 화재 발생 대응 교육을 실시한 적이 없다는 이유로 이들을 입건했다.

아파트 관리소장, 소방안전관리 책임자 등 4명은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이달 중 검찰에 송치될 전망이다. 이 중 스프링클러를 끈 근무자는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인천소방본부 특별사법경찰에도 입건돼 지난 9월 먼저 송치됐다.

지난 8월 1일 오전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 청라동의 한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 일반차량 주차구역에 세워져 있던 '벤츠' 전기차(EQE350)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불로 인근 주차 차량 87대가 타고, 783대가 불에 그을렸다.

차량 주인 A 씨는 지난 7월 29일 차량에 전기를 완충해 근처에 2시간 가량 운행하고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주차를 했고, 약 59시간 후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차량에는 중국 파라시스가 만든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조사됐다.

8월19일 오전 인천서부경찰서에서 인천 전기차 화재 3차 합동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이날 경찰과 소방, 국과수 관계자들이 완전히 타버린 배터리 모듈을 감식하고 벤츠 기술진들이 참관했다. (공동취재) 2024.8.19/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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