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왜 '개인병원'까지 인계하고 '서해 최북단' 백령도까지 왔을까?

백령도 임산부 진료공백 깬 김휴 "섬에서 출산 환경 염원"
[지방지킴] 김휴 백령병원 산부인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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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이 신생아들을 보살피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인천=뉴스1) 이시명 기자 = "백령도에서도 산모들이 안정적으로 출산할 수 있도록 의료 인프라가 확충됐으면 합니다."

약 3개월간 진료공백이 이어졌던 서해 최북단 백령도에서 산모들을 돌보는 김휴(64) 백령병원 산부인과 과장은 9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이같이 전했다.

김 과장은 "지난 7월8일 부터 백령도에서 산모들의 진통을 관리하고 태아 상태 확인을 위한 초음파 검사 업무를 주로 맡고 있다"며 "다만 섬 내에 산모들이 갑작스럽게 조산할 경우 바로 대응할 수 있는 인프라가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백령도는 60분 이내 분만 의료 이용률이 30% 미만, 60분 내 분만 가능한 의료기관에 접근이 불가능한 인구 비율이 30% 이상인 분만 취약 A 등급 지역이다.

이에 산모들은 출산예정일이 다가오면 무거운 몸을 이끌고 육지까지 편도 약 5시간에 달하는 여객선에 오른 뒤 출산해야만 한다.

김 과장은 "산모들은 언제든지 조산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며 "태아를 출산하기까지 가장 중요한 것은 '산모들의 안전'인데, 위험을 떠안고 뱃길에 올라야만 하는 것이 현실이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백령병원에 부임하면서 원활한 진찰이 가능해져서 내심 뿌듯한 마음도 있다"면서도 "힘에 부치는 데까지 백령도 산모와 태아 진찰을 위해 근무하겠지만, 언젠가는 산모들이 섬에서 태아 출산까지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했다.

백령병원 전경.(인천시 제공) ⓒ News1

백령병원은 지난 3월부터 김 과장이 부임하기 전까지 약 4개월 동안 산부인과 진료공백이 이어져 왔다. 전임 산부인과 과장이던 여성 A 씨(73)가 건강상의 이유로 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하면서다.

이에 한 임산부는 정기검진을 받기 위해 왕복 10시간에 달하는 뱃길에 올라타야만 했던 일도 있었다.

김 과장은 가천대 길병원에서 산부인과 전문의 시절을 보낸 뒤 인천과 경기 시흥, 두 곳에서 산모 전문 개인병원을 운영해 온 실력가다.

그는 백령병원 근무를 자청하기 위해 운영해 오던 병원 두 곳도 다른 전문의에게 인수인계했다. 그는 현재 산모들이 갈증을 느꼈던 필수진찰 업무에 집중하면서 자신의 심신을 달래는 여정을 보내고 있다.

다만 그는 본인이 '남자'라는 이유로 산부인과 진료를 머뭇거리지 말아 달라고 웃었다.

김 과장은 "종종 제가 '남자'라는 이유로 진찰을 꺼리는 산모들도 있다"며 "제가 가진 의료 지식으로 백령도 산모들을 돌보기 위해 근무하기로 마음을 먹었으니 부담 갖지 말고 몸이 불편하면 언제든 내원해 줬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s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