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결혼 앞뒀던 숨진 특수교사, 수개월 전 동료에게 '힘들다' 호소
"다른 특수교사들 아들과 같은 상황 처해지면 안돼"
유족 "순직 신청"
- 박소영 기자
(인천=뉴스1) 박소영 기자 = 인천의 한 초등학교 특수교사가 숨진 사건과 관련해 해당 교사가 수개월 전부터 동료에게 격무를 호소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유족 측은 순직 신청 의사를 밝혔다.
4일 인천교사노조에 따르면 이날 특수교사 A 씨의 유족 측을 만나 순직 신청 의사를 전달받았다. 유족 측은 "다른 특수교사들이 아들과 같은 상황에 처해지면 안 된다"는 취지로 의사를 전달했다.
지난달 24일 인천 미추홀구 자택에서 사망한 A 교사는 올해 3월부터 모 초등학교 특수학급을 맡게 됐다.
애초 해당학교에는 특수교사 2명이 각각 특수학급 1개 반을 맡았는데, 올해 초 학생 수가 6명으로 줄면서 A 교사가 1개 반을 전담했다.
그러다 지난 3월과 8월 특수교육 대상 학생이 1명씩 모두 2명이 추가로 전학을 오면서 과밀학급이 됐다. 현행 특수교육법상 초등학교 특수학급 1개 반 정원은 6명이다.
A 교사는 자신이 맡은 학생 8명 외에도 통합학급에 있는 특수교육 학생 6명도 수시로 지도했고, 여기에 행정업무까지 함께 맡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시교육청은 학교 측 인력 증원 요청에 따라 장애 학생 지원 인력 2명과 특수교육 대상 학교 인력 1명 등 자원봉사자 3명에 대한 예산을 내려 줬다.
그러나 자원봉사자 채용, 인력 관리, 감독도 A 교사가 떠맡았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A 교사는 인천시 남부교육청에 학급 증설과 교사 인력 충원을 꾸준히 요청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동료 교사와 가족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통해 '과도한 업무로 힘들다', '학부모 민원으로 인해 괴롭다'는 취지로 격무를 호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비롯한 장애계는 오는 5일 인천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 교사 사망에 대한 교육활동 개선과 진상규명을 촉구할 예정이다.
A 교사는 5년차 미만 특수교사로 내년 결혼을 앞두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인천시교육청과 A 교사의 학교에는 전국 교원단체나 특수교육계가 보내온 조화가 300개가량 설치됐다.
인천교사노조 관계자는 "유족 측도 평소 A 교사가 '힘들다'는 취지의 얘기를 많이 했다고 한다"며 "인천시교육청은 자원봉사자들을 배치했다고 하는데 자원봉사자들을 위한 예산을 내려준 것일 뿐 그 이후의 일은 A 교사가 떠맡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동료 교사들의 얘기를 종합해본 결과 A 교사가 악성민원에도 시달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인천시교육청의 민원 대응 매뉴얼을 보면 교사 혼자 대응하는 것이 아닌 학교와 교육청이 함께 민원을 대응하도록 돼 있는데, 이 과정에서 어떤 지원을 해줬는지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악성 민원이나 불합리한 사항이 있었는지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imsoyoung@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