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 위협" vs "주거권 보장"…반복되는 대학 기숙사 건립 갈등
인하대 '행복기숙사' 건립 두고 갈등 거세
- 박소영 기자
(인천=뉴스1) 박소영 기자 = 최근 인하대학교가 학생 기숙사를 건축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는데 기존 원룸 임대인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학교 측은 '학생 복지 차원에서 사업을 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임대인들은 '생계를 위협한다'며 맞서고 있다. 이같은 갈등은 기숙사 신축을 진행했던 대학 대부분이 겪었던 만큼 근본적인 '상생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인하대에 따르면 오는 2027년 지어질 '행복기숙사'는 연면적 3만3660m, 지하 1층~지상 15층 규모로 지어질 예정이다.
학교 내 9호관 주변에 지어지며, 한국사학진흥재단이 기숙사를 짓고 대학에 소유권을 넘기는 대신 30년간 운영한다. 신축 기숙사는 2인용 892호실, 장애인용 10호실 등 모두 902호실에 1794명이 수용 가능하다.
현재 인하대는 기숙사 3곳, 645호실을 운영하고 있다. 4인용 방이 75.5%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2인용 방은 22.3%다. 재학생 전체 1만9131명 중 기숙사 수용률은 12.6%다.
이 기숙사를 두고 대학 주변 원룸 임대인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원룸 공실률이 높아져 임대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게 주된 주장이다.
또 인하대 후문의 경우 보증금 300에 월세 30~50만 원 수준이라, 기숙사 비용(보증금 없이 월 30만 원 수준)과 비슷하다고 이들은 설명한다.
이현덕 인하대 기숙사 건립 반대비상대책위원장은 "'학생복지'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기숙사를 짓겠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정말 학생들을 위했다면 동아리방이나 강의실들을 더 만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21년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에서 떨어진 인하대가 가장 쉽고 돈이 안 드는 방법인 기숙사를 지어 이를 만회하기 위한 것이다"며 "인근 임대인과 상인들과 상생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하대는 "주민들과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찾을 예정이다"며 "공청회 등을 개최해 여러가지 대책을 마련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갈등은 인하대만 겪었던 것은 아니다. 기숙사 신축을 둘러싸고 서울의 한양대, 고려대, 총신대 등이 갈등을 겪었다. 한양대의 경우 결국 기숙사 신축 대신 인근 원룸에 입주하는 학생들에게 월세를 지원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보증금을 대출하는 식으로 방향을 틀었다.
더불어민주당 김대영(비례) 인천시의원은 "인하대 기숙사 부족으로 학생들이 매달 경제적 부담에 시달리고 있는 만큼 기숙사 확충은 문제를 해결할 중요한 방안이다"며 "다만 주변 임대인들도 경제적 타격을 우려하고 있는 만큼 모두가 혜택받을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관할 관청인 인천시와 미추홀구가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주거에 대한 선택지가 늘어나고 주거복지가 향상된다는 측면에서 기숙사 건축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인하대 총학생회는 지난 22일부터 '행복기숙사 건립 촉구 연대서명'을 실시하고 있다.
인하대 A 학생은 "보증금 300에 월세 40만 원을 더 줘야 그나마 괜찮은 원룸을 구한다"며 "기숙사는 끼니도 1끼 제공하고 여학생들의 경우 혼자 사는 것보다 덜 위험해 기숙사를 건축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imsoyo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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