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 안돼 방안에 텐트" 인천 전기차 화재 아파트 주민 걱정
아파트관리소 "11월 말 목표로 난방 복구작업 중"
- 이시명 기자
(인천=뉴스1) 이시명 기자 = "겨울 다가오는데 따뜻한 물은 나오지 않고, 어떡하죠."
지난달 떠돌이 생활을 마무리 짓고 '내 집'으로 돌아온 A 씨(50)는 이달부터 추위에 시달리고 있다며 답답해했다.
지난 8월 초 이곳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로 전기와 상수도 공급이 끊기면서 1개월간 임시숙소 생활을 했지만, 이제는 난방에 문제가 생긴 탓이다.
실제로 10일 오전 8시쯤 찾아간 김씨의 집 보일러는 가동되고 있었지만, 온수가 나오지 않아 집안 공기와 바닥이 찼다. 당시 인천의 오전 기온은 10~15도로 다소 서늘했다.
김 씨의 딸(14)과 아들(12)이 함께 지내고 있는 방에는 텐트가 펼쳐져 있었다.
김 씨는 "요즘 기온이 내려가면서 추위를 타게 된 아이들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설치한 '난방용 텐트'이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화장실과 주방 수도꼭지를 '온수'로 돌려놓고 틀어봤지만, 물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김씨가 '냉수' 부분으로 꼭지를 돌리자 물은 금세 뿜어져 나왔다.
김 씨는 "요즘 아침 출근마다 냉수마찰 고통에 시달린다"며 "관리사무소에서 샤워부스 1곳에 설치해 준 전기온수기에 가족 네명이 의지해야 하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김 씨는 "이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족들이 모두 감기에 걸렸다"고 덧붙였다.
A씨와 3개 동 먼 아파트 건물에 입주한 B 씨(44·여)도 같은 처지였다.
같은 날 오후 만난 B 씨는 10세 이하의 두 어린 딸들이 벌써 내복을 입고, 전기장판을 이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B 씨는 "딸들이 샤워만 하고 나오면 기침부터 한다"며 "다음 달 추위는 어떻게 버텨야 하나 걱정이 앞선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 아파트는 전체 14개 동 1581가구가 살고 있다. 아파트관리소 측은 온수공급에 불편을 겪고 있는 가구를 6개 동(329~334동) 735가구로 집계했다.
관리사무소 측은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로 단지 내 지역난방 열교환기 4대 중 2대와 배관이 손상되면서 온수공급에 차질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지역난방열교환기는 인근 열병합발전소에서 생산된 증기를 이용해 가열된 물을 각 가정에 공급하는 장치다.
관리사무소 측은 빠르면 오는 11월 말까지 난방 복구공사를 마친다는 방침이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애초 9월까지 벤츠코리아의 지원금을 통해 난방 복구작업을 마치려 했다"며 "다만, 벤츠코리아와의 소통 차질로 지체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단은 지원금이 아닌 아파트 관리사무소 자체 예산으로 업체를 선정해 복구 작업을 진행 중이다"고 부연했다.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서구는 "화재 당시 긴급한 수도·전기 복구작업은 마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이외 다른 부분은 직접 건물 관계자가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고 밝혔다.
불은 지난 8월1일 오전 지하 1층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벤츠' 전기차에서 발생했다.
이 불로 입주민 23명이 연기를 들이마시고 차량 800여대가 불에 그을리거나 소실됐다. 또 건물 전기·수도 배관이 녹아 일부 가구에선 단전·단수도 빚어졌다.
see@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