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호텔 유족들, 49재 거행…"밝혀진 것 없는 수사, 분노"
- 이시명 기자
(부천=뉴스1) 이시명 기자 = 7명이 숨진 부천 호텔 화재 유가족이 9일 오후 경기 부천시청 북문 앞에서 49재를 거행했다.
부천호텔참사유가족모임(단체)은 이날 오후 1시부터 시민들이 추모할 수 있도록 분향소를 마련했다.
약 30분이 지나자, 분향소 앞 갓길에 승합차 한 대가 비상등을 켜며 정차한다.
운전석에서 내린 양홍식 씨(54)는 국화를 단상에 놓은 뒤 한숨과 함께 묵념을 했다.
양 씨는 "신혼을 앞두고 화마에 휩싸여 세상을 떠난 예비부부와 마지막까지 통화로 엄마에게 '잘 있어라'고 한 딸 등 가슴 아픈 사연이 생각나 지나칠 수 없었다"며 "고인은 물론 유가족들의 안녕을 바라면서 추모했다"고 전했다.
양 씨는 이어 '고인에 대한 주님의 자비를 바랍니다'고 포스트잇에 한 줄 추모사를 적은 뒤 운전대를 다시 잡았다.
49재는 이날 오후 3시부터 단체 추산 약 150명이 참석한 가운데 3대 종단의 종교의식으로 시작했다. 이어 이종문 부천시의원의 추모사, 추모 공연, 유가족 편지 낭독, 화재 현장까지 걷기, 헌화 순으로 행해졌다.
발언에 나선 김성현 단체 공동대표는 "하늘에서 이곳을 바라보고 있을 희생자와 아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며 "부천시는 유가족의 장례까지 지원한다고 했지만, 아무것도 없었다"고 입을 열었다.
김 공동대표는 "어제 경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투숙객 구조가 늦어진 이유와 에어매트 설치에 대해선 소방의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발표였다"며 "수사가 제대로 밝혀진 것이 없어 답답하다. 억장이 무너지고 가슴 한복판으로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이번 추모제는 가족 중 한 사람이었던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는 자리다"며 "숨진 7명 모두 편안히 숨 쉬길 다 함께 기원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화재는 지난 8월22일 오후 7시 39분쯤 부천 원미구 중동의 한 호텔 8층에서 발생했다. 이 불로 8~9층에 머물고 있던 투숙객 7명이 숨지고, 1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전날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화재 원인으로 지목된 에어컨 전선 교체를 방치한 호텔 소유주 60대 A 씨를 비롯한 관계자 등 4명을 입건한 다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다만, 경찰은 소방 당국의 진화 및 구조과정에 대해 불길이 빠르게 확대된 점과 바닥 경사 등으로 에어매트 안정성을 확보할 수 없었던 환경 등을 들어 '소방이 책임을 지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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