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매트 매뉴얼 없었다" 부천화재 매트 뒤집혀 추락사 예상 못해

"에어매트 뒤집혔지만, 예견 가능성 없었어"
"매뉴얼도 없었기에 소방 책임 없다는 결론"

8월22일 오후 7시39분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의 한 숙박업소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탈출용 에어매트를 설치하고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번 화재로 오후 11시 40분 기준 7명이 사망하고 1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독자제공) 2024.8.23/뉴스1

(부천=뉴스1) 이시명 기자 = 경기 부천시 호텔 화재와 관련 소방 당국의 에어매트 훈련 및 관리 매뉴얼이 정해져 있지 않은 사실이 경찰 수사로 드러났다.

경기남부경찰청 부천 A 호텔 화재 사고 수사본부는 '부천 A 호텔 화재 사고' 수사결과 브리핑을 진행, 소방 당국의 에어매트 사용 매뉴얼이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은 점을 확인했다고 8일 밝혔다.

경찰은 화재를 피하기 위해 8층 호텔 객실 창문을 통해 지상 에어매트로 몸을 던졌으나 추락사한 남녀 2명과 관련해 "공교롭게도 에어매트에 대한 매뉴얼이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에어매트가 뒤집힐 거라고는 대다수가 생각하지 못하다 보니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예견 가능성이 없었다"며 "소방이 구체적으로 지켜야 할 매뉴얼이 없는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한 부분에 대해 (소방이) 제대로 조치 안 해서 남녀 2명이 추락사했다고 보기가 굉장히 어려웠다"고 부연했다.

이어 경찰은 "평소 소방이 훈련할 때도 에어매트에 바람이 잘 채워졌는지, 어디 찢어져 있는 부분은 없는지, 이 정도만 살펴보는 게 다였다"며 "이번 사고 이후로 소방에서도 관련 매뉴얼을 만드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또 '긴급한 상황 속에서 경찰력까지 동원하면서 에어매트를 설치한 소방의 대처는 신속하고 적절했다'라고도 부연했다.

화재는 지난 8월22일 부천 원미구 중동의 호텔 810호 객실 에어컨 전기배선에서 발생했다.

당시 이 불이 급격히 커지자 807호에 머물고 있던 남녀 2명은 불길을 피하기 위해 소방이 설치한 에어매트로 뛰어들었지만, 매트가 뒤집어지는 바람에 구조되지 못한 채 숨졌다.

또 다른 사망자 5명은 연기에 의해 객실이나 복도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에 경찰은 소방의 에어매트 설치와 진화과정에서 미흡한 부분을 발견하기 위한 수사도 진행했다.

다만 경찰은 에어매트를 펼쳤던 지점의 바닥 경사와 건물 외벽 구조물로 에어매트의 안전성을 담보하기 어려웠던 환경을 들어 소방의 책임은 없다고 판단했다.

또 경찰은 도어클로저(현관문에 설치돼 문이 자동으로 닫히도록 하는 장치) 미설치, 방화문 개방에 의해 화재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연기가 복도에 가득 차 화재 진압대원의 건물진입이 어렵다고 봤다.

경찰은 이에 따라 소방 구조장비 운용 개선점을 관계기관에 통보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에어매트 사용 매뉴얼이 부재했던 점과 도어클로저를 필수로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관련 법 개정을 관계기관에 건의할 계획이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객실 에어컨 전기배선에서 시작된 불과 관련해 배선 교체 등 적절한 사전조치를 하지 않은 호텔 소유주 60대 A 씨 등 관계자 4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화재는 지난 8월22일 오후 7시 39분쯤 부천 원미구 중동의 한 호텔에서 발생했다. 이 불로 내국인 투숙객 7명이 숨지고, 1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김종민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단장이 8일 경기 부천시 원미경찰서에서 부천 호텔 화재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4.10.8/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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