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에어컨 배선, 열린 방화문…부천 호텔 화재 '인재'였다

"에어컨 수리기사가 전선 문제 지적했지만 무시"
건물주 등 4명 영장…소방 당국엔 '책임 없다' 판단

지난 8월23일 오전 19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부천시 중동의 한 호텔 화재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2024.8.23/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부천=뉴스1) 이시명 기자 = 19명의 사상자가 나온 부천 호텔 화재 사고와 관련, 건물 소유주 등 4명에게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 호텔 소유주 60대 A 씨와 관계자 등 4명을 입건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8일 밝혔다.

경찰은 이날 오후 부천 원미경찰서에서 '부천 A 호텔 화재 사고' 수사 결과 브리핑을 진행, 파악된 화재 원인을 설명했다.

경찰은 불이 시작됐던 810호 투숙객의 "에어컨을 작동시키자 전선에서 스파크가 튀었다"는 진술에 무게를 두고 화재 원인 파악에 나섰다.

A 씨 등은 2018년 5월쯤 모든 객실 에어컨을 새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영업 지장 등을 이유로 전기 배선 교체 작업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에어컨 설치업자는 기존 에어컨의 실내·외기 전선 길이가 짧아 교체 작업이 어려워지자, 안전장치 없이 절연테이프로만 전선을 연장하면서 작업했다.

특히 객실 63개 중 15개는 육안상으로도 에어컨 결선 상태가 부실하다고 판단되는 등 다른 에어컨 수리 기사가 전선에 문제가 있음을 여러 번 지적했지만, A 씨 등은 이를 무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또 A 씨 등이 모든 객실에 도어클로저(현관문에 설치돼 문이 자동으로 닫히도록 하는 장치)를 설치하지 않았고, 비상구 방화문을 열어두면서 화재가 빠르게 확산한 데 이어 일부 객실에만 설치된 간이완강기 역시 부적절하게 설치됐다고 판단했다.

특히 호텔 매니저 30대 여성 B 씨는 화재 당시 임의로 화재경보기의 작동을 중지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B 씨는 직접 810호에 올라가 불을 목격한 후 1층으로 내려와 다시 화재경보기를 작동했지만, 투숙객의 피난 시간이 약 2분 24초 지연되는 결과를 만들었다.

이외 호텔 운영자 40대 C 씨는 본인이 소방안전교육을 이수하지 않은 상태에서 건물 소방 안전관리자 자격을 유지하고, 직원들에 대한 소방 교육도 실시하지 않았다.

앞서 A 씨는 2017년 5월쯤 절세 등을 목적으로 호텔을 인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소방 당국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경찰은 사망자 7명 중 2명이 에어매트로 몸을 던졌으나 숨진 점과 5명이 객실 내에서 숨진 채 발견된 점 등을 두고 소방의 진화·구조 과정에 대해서도 살폈다.

경찰은 화재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연기가 복도에 가득 차 화재 진압대원의 건물 진입이 어려웠고, 바닥 경사와 건물 외벽 구조물 등으로 에어매트의 안전성을 담보하기 어려웠던 환경을 들어 소방의 책임은 없다고 판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를 통해 확인된 소방 구조장비 운용 개선점과 도어클로저 의무 설치 필요성에 대해 관계기관에 통보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화재는 지난 8월22일 오후 7시 39분쯤 부천 원미구 중동의 한 호텔에서 발생했다. 이 불로 내국인 투숙객 7명이 숨지고, 1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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