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질방에서 중학교 동창 죽인 그는 왜 석방됐나[사건의 재구성]

ⓒ News1 DB
ⓒ News1 DB

(인천=뉴스1) 박소영 기자 = 폭행이 시작된 건 3년 전인 2021년 가을 인천 계양구 한 아파트에서였다. 당시 19살이었던 김 군(가명)은 중학교 동창 이 군 등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시고 있었다. 술에 취했던 이 군은 김 군의 안경이 날아갈 정도로 김 군의 뺨을 때렸다. 말을 안 듣는다는 이유였다.

한 번뿐일 줄 알았던 폭행은 계속 이어졌다. 2022년 1월 11월 김 군과 이 군은 다시 친구들과 함께 부평구에 모였다. 이 군은 김 군의 머리에 있는 비듬을 제거해 준다며, 김 군의 머리에 불을 붙였다.

이 군은 다음날인 12일 같은 이유로 김 군의 머리를 태웠다. 5분간 반복적으로 불을 붙인 탓인지 김 군은 화상을 입었다. 이 군은 '머리에 있는 사마귀를 없애줄게', '너를 이걸로 지지면 아플까'라면서 친구들이 있는 앞에서 김 군의 머리와 팔, 발바닥 부위를 태웠다.

이 군은 화상을 입은 김 군과 병원에 찾아 진료를 받았다. 김 군은 '용접하다 발에 화상을 입었고, 그동안 병원에 가지 않았다'고 의사에게 설명했지만, 김 군은 용접 일을 한 적이 없었다.

2022년 8월 15일에는 이 군은 부평구의 한 모텔에서 평소 좋아하는 주짓수 영상을 보다가, 김 군에게 기술 중 하나인 '암바'를 걸어보라고 했다. 김 군이 팔을 비틀자 이 군은 세게 비틀었다는 이유로 격분해 김 군의 눈을 때려 눈뼈가 부러지게 했다.

이 군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김 군의 눈 부위를 때린 것은 자신임에도 마치 김 군의 아버지가 김 군을 때려 상처가 난 것처럼 허위 신고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이 군은 "친구 부모님이 친구를 때렸다, 학대 신고한다, 친구와 함께 있다"는 취지로 신고했다.

2주 뒤인 8월 31일 김 군과 이 군은 한 찜질방을 찾았다.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214%로 만취상태였다. 이 군은 같이 술에 취한 김 군을 상대로 주짓수 기술 중 하나인 '백초크'를 걸었다. 김 군은 심정지 상태에 빠졌고, 4일 만인 2022년 9월 3일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사망했다.

이 군은 폭행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돼 인천지법에서 진행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이 군 측은 법정에서 "백초크를 걸지 않았고, 김 군이 찜질방에서 익사한 것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김 군은 발바닥에 심한 화상을 입어 물에 들어갈 수 있는 사정이 아니었고, 이 군의 휴대전화 검색 기록에는 '목조름 사망', '목졸라살인', '스파링 죽음' 등의 키워드가 남아있었다.

이 군은 애초 기소 당시에는 구속이 됐다가 정신과 치료를 위해 지난해 12월 석방됐다. 1심 재판부는 "항소심 판단을 받기 전까지 치료를 받아라"는 취지로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이 군 측은 항소했으며 항소심은 서울고법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imsoyo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