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걸으면 건강이 좋아진데요"…부천시 맨발길 인기

맨발길에 황토·마사토 섞고…자연 친화형 지향
조용익 시장 "녹색공간 확충 건강한 여가와 쉼 제공"

부천 맨발길(최준근 자유 사진가 제공) / 뉴스1

(부천=뉴스1) 정진욱 기자 = "암 수술 후 입맛도 생활의 활기도 잃었었는데, 집 근처 공원에 맨발길이 생긴 이후부터 매일 걷고 있습니다. 식욕도 생기고 잠도 잘 오고 더욱 건강해진 느낌입니다."

부천 상동호수공원 맨발길에서 만난 김윤석씨(73)는 뉴스1 취재진에게 이렇게 말했다.

경기 부천시는 최근 어싱(earthing, 맨발이 지구표면과 맞닿는다는 의미) 열풍이 불자 도심 곳곳의 맨발길 정비에 나섰다.

자연 발생한 공원·산림의 맨발길을 시민들이 걷기 좋게 다듬고, 일부 장소에는 세족장과 신발장을 갖춰 자연 친화적이면서도 시민이 이용하기 편하게 바꿨다.

무엇보다 맨발길의 청결과 안전에 가장 중점을 뒀다. 습식 황톳길에서 발생하는 세균번식 우려와 미끄러짐, 토사 갈라짐, 세족장 막힘의 문제 해결을 위해 황토와 마사를 적정비율로 섞은 방식을 택했다. 아울러 곳곳에 청소도구를 비치해 시민이 자발적으로 깨끗한 환경을 유지하도록 했다.

부천시는 앞으로 맨발길을 더욱 확대하고 시설을 정비해 걷기 좋은 도시를 조성해 시민의 건강과 쉼이 있는 명품도시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 공원·산림·녹지 등 곳곳 맨발길 26개소, 7.64km…25년까지 69개소로

부천시 맨발길은 시민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공원과 녹지, 공공공지와 보행자도로, 산림 등 총 26개소에 분포 돼있다. 길이는 총 7.64km에 달한다.

부천시는 이처럼 기존 산책로를 활용,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곳을 맨발길로 다듬었다. 산림·공원·녹지 등 기존 환경을 최대한 활용하고 시설이 망가지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먼저 등산로 중 춘덕산(산울림청소년수련관 일원 350m), 성주산(송내공원-여우고개 구간 1000m), 작동산(영정천 약수터 일원 500m) 등 6개 산에 약 3.8km에 걸친 길을 정비했다.

시민들이 안전하게 오갈 수 있도록 뿌리와 돌을 제거해 바닥면을 정리했고, 벤치 등 휴게시설과 안내판도 설치했다. 청소를 통해 맨발길을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용품도 구비했다.

부천 소새울공원 맨발길(최준근 자유 사진가 제공) / 뉴스1

11월에는 원미산(자연보호동산-현충탑 사거리 일부구간 1.1km)에 새롭게 맨발길이 조성된다. 특별조정교부금 4억 원을 투입하며, 세족장과 신발장 등 편의시설도 갖춘다.

이미 만들어진 길을 맨발길로 다듬는 방식은 공원과 공공공지, 보행자도로에도 적용한다. 소향공원 등 9개소 1.3km의 맨발길은 일부 예산을 들여 휴게시설과 세족장, 신발장을 만들었다. 송내대로 인근의 공공공지도 시민이 맨발로 오갈 때 불편함이 없도록 내실 있게 꾸몄다.

새로 만드는 경우도 자연친화형 맨발길의 기조를 유지한다. 세족장 등 부대시설도 주변 환경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설치한다. 기존에 신발을 신고 이용하는 방문자의 동선과 분리가 가능하면서, 경사로가 아닌 곳에 맨발길을 설치했다. 아울러 토사분리 방지를 위해 최소 20cm 이상 흙을 포설한다.

부천시는 오는 2025년까지 총 69개소의 맨발길을 도심 구석구석에 배치할 계획이다.

◇ 부천 곳곳을 걷고 싶은 거리로…야간 테마경관 조성·3개 구 대공원 설치 진행

부천시는 맨발길 뿐 아니라 시민이 걷기 좋은 환경을 위해 힘쓰고 있다. 도심을 흐르는 상동 시민의 강을 비롯해 고리울가로공원 등 공원 산책로는 자연 친화 휴식처로 많은 시민이 방문하고 있다.

2025년까지는 총 5.15km 구간에 걸쳐 ‘송내대로 푸른빛 산책로’를 만들 계획이다. 마루광장과 심곡천을 잇는 구간은 걷고 싶은 거리로 조성한다.

아울러 내년 상반기에는 부천자연생태공원 내 ‘누구나 숲길 야간 테마경관’을 조성하고, 야간 볼거리와 테마경관을 제공할 예정이다. 안전하고 걷기 좋은 길을 통해 시민 일상 가까이에서 쉼과 건강, 볼거리를 모두 챙긴다.

최근 부천 상동호수공원이 산림청이 발표한 아름다운 도시숲 50선에 선정됐다. 부천 최대 공원인 이곳은 연평균 200만 명이 방문하는 도심 속 휴식 공간이다.

부천호수식물원 '수피아'(최준근 자유 사진가 제공) / 뉴스1

시민과 함께 텃밭 가꾸기 등 도시농업과 다양한 생태·환경·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공원 내 자리한 부천호수식물원 수피아는 올해부터 야간개장을 시작했다.

부천시는 상동호수공원과 같은 도심 속 공원시설을 지속 확대해 나간다. 노후 근린공원을 리모델링하고, 3개 구에 각각 부천대공원(원미구·2026년), 소사대공원(소사구·2029년), 오정대공원(오정구·2025년)을 설치해 주민에게 대단위 여가와 휴게·소통공간을 제공할 방침이다.

조용익 부천시장은 "시민의 바람에 따라 조밀한 도시 안에 맨발길과 공원, 녹지를 지속 늘려가고 있다"며 "부천시를 자연의 생명력이 넘치고 시민들에게 건강한 여가와 쉼을 줄 수 있는 도시로 만들겠다"고 했다.

onethi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