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사고 후 도주한 공무원, 1심 무죄→2심 유죄 왜?

1심 재판부 위드마크 공식 인정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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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뉴스1) 박소영 기자 = 음주운전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한 공무원이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가 항소심에서는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인천지법 형사항소5-3부(이상덕 부장판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도주치상,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47·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13일 밝혔다.

또 160시간의 사회봉사와 40시간의 준법운전강의 수강을 명했다. 특히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서 무죄를 선고한 1심과 달리 유죄를 인정했다.

A 씨는 2022년 1월 3일 오후 8시 30분쯤 인천시 강화군에서 음주를 한 상태에서 차를 몰다가 B 씨(30·여)를 들이받아 다치게 한 뒤 도주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고로 B 씨는 3주간 치료가 필요한 다발성 골절 등 상해를 입었다.

A 씨는 사건 당일 오후 4시 38분부터 지인 3명과 같이 식당에서 소주 360㎖ 10병 등을 먹었다. 이후 오후 6시 46분쯤부터 자리를 옮겨 다시 소주 360㎖ 2병을 주문해 마셨다. 그는 다음날인 4일 경찰서에 임의동행 됐고, 음주측정을 했을 때 혈중알코올농도가 0.008%로 나왔다.

A 씨와 같이 술을 마신 지인들은 경찰 조사에서 'A가 2병 이상 마신 것 같다. 아마 더 마셨을 것이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이를 바탕으로 음주운전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추산하는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A 씨의 운전 당시 최고 농도를 0.178%로 계산했고,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A 씨를 기소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당시 술자리에 참석한 인원이 동일한 양의 음주를 했다는 증명이 이뤄졌다고 보기 곤란하다"며 "시간 경과에 따른 분해량을 반영해야 함에도 그렇지 않아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의 혈중알코올농도가 증명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도로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토대로 볼 때 A 씨가 주취 상태로 인해 인지능력이 감소된 것이 확인된다고 판단했다. 특히 A 씨 스스로가 ‘당시 자신이 이 사건 사고를 인식하지 못했고, 다음 날까지도 사고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런 주장을 비춰 볼 때 만취 상태였음이 분명하다고 봤다.

또 A 씨는 사건 당일 집 앞 주차장에서 전조등을 켠 채로 잠이 들었고, A 씨의 아내가 음주 상태를 바로 알아차린 것도 확인됐다고 했다. A 씨는 ‘이 사건 사고 후 집에서 추가로 술을 마셨으므로 추가 음주로 인한 혈중알코올농도 증가분을 공제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위드마크 공식을 A 씨에게 가장 유리한 방법으로 적용했을 때 처벌범위에 속하는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이상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의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은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고,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그 죄책이 크다"며 "또 잘못을 깊이 반성한다고 하면서도 '기억이 나지 않아 무죄'라거나 '경찰이 임의동행동의서에 서명을 뒤늦게 받았으므로 무죄'라고 주장해 진정으로 반성하고 있는 것인지도 의문이다"고 설명했다.

다만 "피해자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합의가 이뤄졌고, 음주운전으로 1회 벌금형 처벌을 받은 것 외에는 다른 범죄전력이 없는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밝혔다.

imsoyo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