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파업' 상황 나은 인천도…"응급실 전문의 12시간 근무"
"한시도 자리 비우지 못하고 열악한 조건서 일해"
"'응급실 뺑뺑이' 상황 없지만, 배후 진료엔 한계"
- 박소영 기자
(인천=뉴스1) 박소영 기자 = "인천은 상황이 조금 낫지만, 응급실 전문의들은 화장실도 가지 못한 채 12시간 꼬박 근무하고 있습니다."
양혁준 가천대 길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장은 9일 인천시 남동구 가천대 길병원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길병원 응급실의 경우 '의료파업' 이전엔 전문의 18명과 전공의 16명이 근무를 했다. 그러나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계획 등에 반발한 전공의 15명이 근무지를 이탈하면서 절반 가까운 공백이 생겼다. 현재는 하루 6~8명의 전문의가 12시간 당직 체제로 응급실을 지키고 있다.
양 센터장은 "인천은 상급종합병원(길병원·인하대병원·인천성모병원)이 제 역할을 잘해주는 상황이어서 '응급실 뺑뺑이' 같은 극단 상황은 벌어지고 있진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병원을 지키는 의사들은 아주 열악한 근무조건에서 일하고 있다"며 "병이 생겨 휴직하는 경우도 있고 쏟아지는 전원 문의 등으로 자리를 한시도 비우지 못하고 근무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 센터장은 최근 전국 곳곳에서 '응급실 뺑뺑이'라고 불리는 응급환자 재이송과 그에 따른 환자 사망 사례 등이 잇따라 전해지는 것과 관련해선 "다른 지역에서 (길병원으로) 오는 경우가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응급실 진료는 볼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며 "그러나 (응급실에 온 환자를 각 과목 전문의가 치료하는) '배후 진료' 문제가 있기 때문에 모든 환자를 무작정 받을 순 없는 상태"라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 양 센터장은 최근 경기 남부 지역에서 한 산모가 응급실 진료를 문의한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해당 산모는 26주 차 쌍둥이를 임신 중이었는데, 양수가 터져 당장 병원으로 이송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병원 100여군데 문의 끝에 길병원에도 문의가 들어왔다.
양 센터장은 "26주 차에 양수가 터진 경우 고위험 산모로 분류되는데, 당시 길병원도 신생아 중환자실이 다 찬 상태였다"며 "아기는 진료가 불가능하고 산모만 진료를 볼 수 있는 상황이어서 결국 다른 병원 문의를 안내했다. 정말 충격적이었고, 앰뷸런스 안에서 병원을 떠도는 경우가 지금부터 시작되고 있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유정복 인천시장은 추석 연휴를 대비해 이날 응급의료와 비상 진료 유지를 위한 간담회를 개최하고 응급의료 현장을 점검했다.
인천에선 연휴 기간에도 길병원을 포함한 25개 응급의료기관 응급실을 24시간 운영할 예정이다. 또 지정된 날짜에 문을 여는 병의원 및 약국을 통해 비상 의료체계를 유지하기로 했다.
관련 정보는 인천시, 중앙응급의료센터, 보건복지부, 군·구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면 된다.
imsoyo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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