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사랑하고 미안해"…눈물로 젖은 '부천 호텔 화재' 발인식
발인 시작되자 하늘에서 빗방울 '뚝뚝'
동생이 영정사진 들고 어머니는 오열
- 박소영 기자
(부천=뉴스1) 박소영 기자 = "아빠가 사랑한다. 아빠가 미안해."
25일 오전 11시 55분쯤 경기 부천성모병원장례식장에서 열린 '부천 호텔 화재' 사망자 김 모씨(28·여)의 발인식에서 그의 부친은 눈물을 쏟아 내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발인식에 앞서 빈소에서는 천주교 신자들의 연도가 이어졌고 유족들은 침통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발인이 시작되자 언니의 얼굴을 빼닮은 동생이 영정사진을 들고 장례식장 앞을 나왔다.
그의 가족들이 김 모씨의 시신을 운구차에 실으려 하자 하늘에서는 빗방울이 하나둘씩 떨어졌다. 김 모씨의 어머니는 손수건으로 입을 가리며 통곡했고, 아버지는 연신 "사랑한다"고 외치는 모습은 슬픔을 더했다. 운구차가 장례식장을 떠나자 빗방울은 멈췄다.
김 모씨는 지난 화재 당시 남자친구와 해당 호텔을 찾았다. 호텔 객실이 연기로 가득해질 때 마지막으로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 모씨에게서 전화가 걸려 온 시간은 오후 7시 42분으로, 화재가 발생한 지 3분 만이었다.
연기는 점점 방 안을 채웠고, 김 모씨는 마지막으로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 모씨는 "일단 부탁할게. 장례식 하지 말고 내가 쓴 일기랑 그런 거 다 버려"라며 "그리고 구급대원은 안 올라올 것 같아"라고 말했다.
엄마가 "왜?"라고 소리치자, 김 모씨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다급하게 "나 이제 죽을 것 같거든. 5분 뒤면 진짜 숨 못 쉴 것 같아. 이제 끊어"라고 했다.
한편 이번 화재 사망자들의 빈소는 순천향대학병원에 3곳, 부천장례식장 1곳, 부천성모병원 2곳, 부산 삼신전문장례식장에 1곳 등에 각각 차려졌다. 김 모씨와 에어매트로 떨어진 40대 여성은 이날 발인을 마쳤다.
이번 화재는 지난 22일 오후 7시 39분쯤 부천 원미구 중동의 한 호텔에서 발생했다. 이 불로 내국인 투숙객 7명이 숨지고, 1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소방 당국은 투숙객이 객실에서 나간 뒤 에어컨에서 불똥이 떨어져 소파와 침대에 옮겨붙으며 불길이 확산한 것으로 추정했다. 내부 인테리어에 합판 목재가 많고 스프링클러도 설치돼 있지 않아 연소가 확대됐다는 게 소방 당국의 설명이다.
imsoyo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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