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남녀 뛰어내린 에어매트…7년 수명인데 18년 썼다
경기소방본부 "이전엔 요구조자 뛰어내렸을 때 뒤집힌 적 없어"
"사용 가능기간 지난 제품, 심의 거쳐 연장해 재사용"
- 박소영 기자, 김기현 기자
(인천=뉴스1) 박소영 김기현 기자 = 경기 부천의 한 호텔 화재 관련 사상자 중 남녀 2명이 에어매트에 몸을 던졌다가 숨졌는데, 해당 에어매트는 내용연수(耐用年數·사용 가능 기간)가 지난 것으로 파악됐다.
23일 경기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 발생한 부천 호텔 화재 현장에서 사용된 에어매트는 4.5mx7.5mx3.0m 규격의 'IC100' 제품이다. 10층 이하용으로 무게는 126㎏까지 버틸 수 있다.
해당 에어매트는 18년 전인 2006년 지급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 장비 분류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에어매트의 경우 내용연수는 7년이다.
내용연수가 지난 제품은 소방서 산하 1~2차 심의회와 3차 불용심의회를 거쳐, 재사용할 수 있어서 심의를 거쳐 연장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또 경기도소방본부를 기준으로 이번 호텔 화재 이전에 요구조자가 뛰어내려 에어매트가 뒤집힌 경우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소방본부 관계자는 "법적으로 심의를 거쳐 연장해 사용해 왔던 상황이다"며 "에어매트가 뒤집힌 원인에 대해서는 파악 중이다"고 밝혔다.
아울러 소방 관계자는 온라인상에서 '에어매트를 고정했어야 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데 대해 "에어매트는 고정하면 안 된다. 에어매트 낙하시 가운데로 떨어지면 주변으로 공기가 빠지면서 낙하한 사람의 충격이 완화된다"며 "만일 매트 주변을 사람이 잡고 있으면 공기가 빠지는 충격이 주변 사람에게 전달돼 위험할 수 있다. 시설물에 고정하면 충격 완화 기능이 저하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낙하자의 위치가 바뀔 경우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에어매트 고정은 피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전날 오후 7시 39분쯤 부천 원미구 중동의 지상 9층짜리 모텔 7층의 한 객실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났다. 최초 발화지점으로 지목된 이 모텔 '810호'엔 당시 투숙객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불로 투숙객 7명이 숨지고 1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망자는 20대 남성 1명·여성 2명, 30대 남성 2명, 40대 여성 1명, 50대 남성 1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사망자 중 남녀 2명의 경우 화재 발생 뒤 투숙객 대피를 위해 소방대원들이 건물 밖에 설치해 놓은 에어매트로 뛰어내렸으나 결국 사망했다.
현장 목격자들에 따르면 한 여성이 '살려주세요'라고 크게 외친 뒤 에어매트 위로 떨어졌고, 곧바로 에어매트가 뒤집어졌다. 이어 다른 남성이 곧바로 뒤집힌 에어매트 위로 뛰어내렸다. 앞서 뛰어내린 여성은 에어매트 가운데가 아닌 가장자리 쪽으로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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