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지하주차장 전기차 '공포'…관련 조례 이미 있지만

지난 3월 인천시 전기차 화재 대응 조례 시행
관련 상위법 없어 '권고안 수준'…3건 계류중

8일 인천 서구 청라동의 한 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이 지난 1일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고로 인해 새까맣게 그을려 있다. 2024.8.8/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인천=뉴스1) 박소영 기자 = 최근 발생한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폭발 화재를 계기로 전기차 주차 및 충전시설을 지상으로 옮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천의 경우 전기차 충전시설 옥외 설치를 골자로 한 조례가 사고 전부터 시행되고 있으나 상위법이 없어 권고안 수준에 그치고 있다.

11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신동섭(국민의힘·남동4) 인천시의원이 대표발의한 '인천시 환경친화적 자동차 전용주차구역의 화재예방 및 안전시설 지원에 관한 조례'가 지난 3월 시행됐다.

이 조례에는 전기차 등 환경친화적 자동차에 대해 옥외 또는 외기에 개방된 지상주차장에 전용주차구역 및 충전시설의 설치할 수 있게 시장이 관계인에게 권고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충전 중 배터리 정보 수집과 충전 제어가 가능하며 화재 대응·방지 기능이 있는 충전시설의 설치하도록 시장이 관계인에게 권고할 수 있게 했고, 필요할 때는 예산을 지원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해당 조례는 관련 상위법이 없어 '권고' 수준이고, 관련 예산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행되다 보니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례로 애초 인천시는 이 조례에 따라 올해부터 5년 동안 전체 아파트 1600개 단지에 질식소화덮개를 지원할 방침이었으나, 관련 예산이 편성돼 있지 않아 내년부터 지원하기로 계획을 바꿨다. 그러다 이번 청라 전기차 화재가 발생하자 5개년 계획을 앞당겨 내년 초부터 모든 아파트에 질식소화덮개를 지원하기로 했다.

신 의원은 "전기차 등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위험성 문제에 미리 공감하고 조례를 선제적으로 발의했으나, 상의법의 부재로 한계가 있다"며 "다만, 인천시와의 협의를 통해 올해 11월 내년도 예산을 편성할 때 반영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질식소화덮개도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상위법 개정이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질식소화덮개는 연소 중인 차량을 빠르게 덮어 산소를 차단하는 덮개인데, 리튬배터리 화재 시 고온 유지와 함께 불길이 지속되는 '열폭주' 현상으로 발화 지점까지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점을 고려하면 개인이 초기에 대응하기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 때문이다.

그러나 전기차 화재 대응책을 강구하는 법안이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여러 차례 발의됐으나, 대부분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이번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전기차 화재 관련 대응책은 △주차장법 일부개정법률안(송언석 국회의원 대표발의)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박용갑 국회의원 대표발의)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이훈기 국회의원 대표발의) 등 3개다. 이들 법안들은 국토교통위원회나 행정안전위원회 등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돼 있는 상태다.

한편 이달 1일 오전 6시 15분쯤 인천시 서구 청라국제도시 청라동의 한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 일반차량 주차구역에 세워진 벤츠 EQE350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불로 인근에 주차돼 있던 차량 140여 대가 불타고, 입주민 23명이 연기를 들이마셨다. 또 건물 전기·수도 배관이 녹아 일부 가구에선 약 1주일간 단전·단수가 이어졌다.

imsoyo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