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더위에 전기 끊겨" 인천 전기차 화재 아파트 주민들 피난생활(종합)

유정복 인천시장과 강범석 서구청장 현장 방문 피해상황 살펴

인천소방본부가 지난 1일 오전 6시15분쯤 서구 청라동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전기차량 화재와 관련 관계기관과 합동감식을 진행하고 있다.2024.8.2/뉴스1 ⓒ News1 이시명 기자

(인천=뉴스1) 이시명 기자 =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전기차 1대에서 시작된 불로 인해 전기와 물 공급이 끊기면서 입주민 100여명이 떠돌이 생활을 겪고 있다.

2일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전 6시15분쯤 서구 청라동의 지상 30층짜리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전기차에서 불이 났다.

소방의 진화 작업으로 불은 8시간 20분 만에 모두 꺼졌으나 아파트 전체 14개 동 1581가구 중 5개 동 480여 가구에서 단수·단전이 발생했다.

이에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서구는 물과 전기 공급을 위한 복구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현재까지 마무리된 작업은 없다.

서구는 오는 일요일(4일)이 돼야만 입주민들이 겪는 불편이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구 관계자는 "물 공급 복구 공사는 다음날 시작되고, 전기 공급 복구 공사는 전날 시작됐다"면서도 "다만, 모든 작업이 오는 주말은 넘겨야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30도를 웃도는 한여름이지만 전날 아침부터 물과 전기를 쓰지 못하는 불편을 겪는 입주민들 사이에서는 불만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불이 난 지하 주차장 바로 위 1층에 살고 있다는 김 모 씨(47)는 "불이 났다는 소리가 들리고 10분 뒤 갑자기 전기가 모두 끊겼다"며 "아들 두 명은 임시로 친구 집에 보내고, 아내와 함께 임시거주지에 머물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입주민 하혜정 씨(48)는 "전날 아침부터 갑작스러운 정전, 단수로 회사에 출근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전기라도 빨리 복구돼야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루가 급해 임시로 집이라도 알아봐야 할 판이다"고 말했다.

서구와 대한적십자는 이런 불편 해소를 위해 급히 생수 등의 음식물을 제공하고 청라 1·2동 행정복지센터 등 3곳에 임시 주거시설을 마련했다. 이날 오전 임시 주거 시설에 머무는 주민들은 총 139명으로 집계됐다.

인천 서구 청라동 아파트 정문에 모인 입주민들. 2024.08.02.이시명기자/뉴스1

하지만 임시 주거시설이 여의찮아 가까운 친족 집에 머물기로 결정했다는 입주민도 있다.

손 모 씨(50)는 "임시 시설에 하룻밤을 보내봤는데, 여간 불편한 게 한둘이 아니었다"라며 "복구 작업이 끝날 때까지 아내 친정집에 머물기로 결정했다"고 푸념했다.

이런 가운데 유정복 인천시장과 강범석 서구청장이 현장을 방문해 피해 상황을 점검했다.

다행히도 이 불로 인해 크게 다친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화재 당시 아파트에 머물고 있었던 1~8살의 여자아이 포함 주민 22명이 연기를 들이마시고, 소방관 1명이 진화 작업 중 탈진 증상을 보여 병원에서 치료받았다.

또 다른 아파트 입주민 32명이 소방에 구조됐고, 나머지 103명이 대피 유도에 따라 현장을 빠져나왔다.

다만 불이 커지면서 해당 전기차 근처에 주차돼 있던 차량 40여대가 타고, 100여대가 연기에 그을리는 재산 피해도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 당국은 경찰 등 관계기관 20여 명과 함께 이날 오전 10시 30분 합동 감식을 진행했다.

감식반은 처음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전기차량이 주차됐던 지하주차장을 중점적으로 살폈다. 당시 전기차는 배터리 충전을 하고 있던 상태는 아니었다.

정확한 화재와 단전·단수 원인은 아직 파악된 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소방은 8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함께 합동 감식을 추가로 진행하는 등 화재 원인 파악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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